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가 야심차게 내건 '2050년 탈석탄사회 실현' 정책이 시작부터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탈석탄전략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의 신재생에너지 전략을 본따 목표치를 내걸었는데 정작 영국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일 영국대사관은 지난 12일 일본 경제산업성 등 정부 관계자와 비정부기구(NPO) 등에 이메일을 보내 "(일본 정부의 탈석탄전략에 참고자료로 활용된 영국의 사례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대사관이 문제로 삼은 건 지난달 25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탈석탄사회 실현을 위한 로드맵 ‘그린 성장전략’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3대 핵심 분야와 14개 중점 분야의 배출량을 언제, 어떻게, 얼마씩 줄일 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핵심사항 가운데 하나가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50~6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30년 뒤의 발전소 구성을 명확하게 수치로 제시하는 국가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설비를 보유한 영국조차도 205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가 약 65%"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국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영국의 205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가 약 65%'라는 부분이다. 영국대사관은 "영국은 이러한 목표를 내건 적이 없으며 영국 정부의 정책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영국 대사관에 따르면 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를 구체적으로 정한 적은 없다.
영국 정부의 자문기구가 작년 12월9일 탈석탄화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치를 제시한 적은 있다. 이마저도 "2030년 60%, 2035년 70%, 2050년 80%"로 일본 정부가 제시한 "2050년까지 약 65%"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영국의 사례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가 너무 낮다"는 일부 민간 단체의 지적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전략기획실은 "영국 정부의 자문기구가 2019년 제안한 수치에 기초해 영국의 목표치를 '약 65%'로 기술했다"고 해명했다. 작년 12월초 최신 수치가 나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영국대사관측과 협의해 (관련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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