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었지만 증권사 앱 삭제"…개미들, 주식 시장 떠나는 이유 [분석+]

입력 2021-01-15 12:33   수정 2021-01-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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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처음으로 주식거래를 시작한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현대차 주식을 모두 팔고 증권사 앱을 지웠다. 100만원을 투자해 20만원 넘는 수익을 봤지만 주가 흐름에 신경을 쓰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다. 박씨는 "하루 종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만 들여다보면 주가에 따라 기분도 오르락 내리락 한다"며 "업무 시간에 주식한다는 상사의 지적도 수 차례 받았다. 주식은 내 성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대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남모씨도 비슷하다. 박씨처럼 주식을 처분하진 않았지만 증권사 앱(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해 실시간 주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남씨는 "장기투자를 권하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말을 듣고 시작했는데 주가를 보느라 일이 되지 않아 증권사 앱을 지웠다"며 "매일 오후 4시 알람을 맞춰놓고 포털사이트에서 종가만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동학개미(개인투자자)의 투자 열풍 덕에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식 시장을 떠나는 개미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70조1396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전날 74조4559억원 대비 하루 새 4조3163억원 줄었다.

변동성 큰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안정적인 대형주를 선택했지만 하루에만 10% 가까이 오르내리는 주가를 보며 "주식은 나와 맞지 않다"며 시장을 떠나는 이들이다.

실제 올 들어 10거래일 간 동학개미가 쓸어담은 대형주들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올해 장중 최저가와 최고가는 각각 8만200원, 9만6800원으로 가격 차이는 20.7%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LG화학의 등락폭은 각각 49.3%, 25.1%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상승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 흐름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업의 성장세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 시장의 모든 변동 상황에 의미를 찾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주식 시장의 확장성에 대한 믿음을 갖되 언제든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개인의 매수세가 꺾이진 않은 모습이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개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11조6560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개인의 차익실현 욕구도 커지고 있다.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저가에 다시 매수하겠다는 전략도 읽힌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과열 상황이다. 개인이 단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기에 적합한 장은 아니다"며 "주식 회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지만 수익률은 여성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다면 실적 개선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정원호 KB증권 신설동지점장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직접 투자보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정 지점장은 "종목별 순환매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식 초보자들이 종목 투자로 단기간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다"며 "꼭 차익을 실현하고 싶다면 신고가를 찍은 대형주를 일정 부분 팔고 여행레저 소프트웨어 미디어콘텐츠 같은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업종 ETF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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