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상승 랠리를 펼치던 주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15일 2.03%(64.03포인트) 하락한 3085.90에 마감했다. 지난 8일 돌파한 3100선을 5거래일 만에 내줬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신축년 증시에 뛰어든 개미(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잿빛 금요일’이란 자조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대형주 위주로 투자에 나선 개미들은 코스피지수가 3100선 밑으로 주저앉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70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쥐고 있었지만 연일 매물을 쏟아내는 외국인과 기관의 벽은 높았다.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2조원 어치가 넘는 코스피200 지수선물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선물 매매 흐름은 국내 증시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담겨 있다. 통상 선물 매수는 ‘상승 베팅’을, 매도는 ‘하락 베팅’을 의미한다. 최근 외국인의 행보는 지난해 11월 달러 약세에 힘입어 3조6016억원의 선물을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란 평가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외국인들이 약 4조원의 선물을 매도하고 있다”며 “향후 국내 증시에 나타날 수 있는 단기적인 변동성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차익 실현, 목표비중 조정 등의 이유로 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 가장 보유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에만 4조원어치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을 30조원어치가량 매도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17.3%에서 16.8%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펀드에서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올해 빠져나간 자금은 총 1조5839억원에 달한다. 지난 13일엔 4831억원이 순유출됐다. 2013년 9월 이후 하루 최대 규모다. 이날 해지(출금)된 주식형펀드 규모(6166억원)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는 2월부터는 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원/고재연/전범진 기자 wonderful@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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