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마라톤' 같은 증시 급등세…조급하게 덤비면 완주 못한다

입력 2021-01-15 17:34   수정 2021-01-15 23:43

“‘촌놈 마라톤’으론 멀리 못 가요.”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최근 증시 급등세가 ‘촌놈 마라톤’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주가가 너무 빨리 오르는 게 세상 물정 모르는 촌놈이 마라톤에 출전해 시작부터 전력질주하다가 얼마 못 가 쓰러지는 것과 닮았다는 얘기다.

증권가 다른 전문가들도 이번 급등장이 예상 밖이란 것에 한목소리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코스닥 테마주처럼 급등해 놀랐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도 놀라는 마당에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초보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새해 벽두부터 치솟는 주가에 놀란 주린이 가운데 상당수는 ‘촌놈 마라톤’식으로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덤벼들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초대형주 주가가 그야말로 스카이로케팅(sky-rocketing)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더없이 바빠졌다.

‘한정 수량’과 ‘매진 임박’에 쫓겨 서둘러 지갑을 여는 홈쇼핑 채널 시청자처럼 주식 매수에 달려들었다. ‘나만 이 기회를 놓치는 거 아닌가’란 불안감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발동했다. 양떼 효과(herding effect)가 절정에 달하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는 뒷전이 됐다. 특히 ‘다른 종목도 아니고 삼성전자는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은 자신의 투자를 합리화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오르기만 하는 건 없다. 기간이 짧건 길건, 낙폭이 작건 크건 간에 조정은 반드시 나타난다. 증권가에선 이번주 시장 상황을 ‘정상적인 숨고르기’로 반겼다. 주가가 더 높게 가려면 페이스 조절이 필수적이라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과 실적 개선 전망을 근거로 올해 주가 우상향에 상당히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언제, 어느 정도의 숨고르기가 나타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많은 전문가들이 숨고르기를 촉발시킬 대표적 요인으로 3월 공매도 재개를 꼽는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 “코스피 3000선 무너진다” 등의 우려가 많다. “이참에 공매도를 완전히 없애자”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주장과 정반대로 “공매도는 죄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고, 공매도를 제한할 경우 일시적으로 가격 하락을 막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주가에 거품이 끼어 더 큰 하락폭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매수는 선, 매도는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공매도 문제를 다뤄선 안 되고, ‘오른다’에 베팅해서 매수하는 것처럼 ‘내린다’에도 베팅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금지된 시장을 후진적으로 여긴다”며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개미 입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펀더멘털이 좋아서 뛰는 주가는 공매도도 막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서 “라임 사태 이후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국내 펀드들의 운용자산(AUM)이 많이 줄어 쇼트를 치려고 해도 실탄이 없는 상황이고 해외 헤지펀드들도 힘이 많이 빠졌다”고 전했다.

공매도 논란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래서 공매도 이슈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마라톤(주식 투자)을 시작한 이상 완주(장기 고수익)를 목표로 해보자는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소외되지 말아야지’라는 조급함으로 덤비지 말고, 공매도 등으로 촉발될 숨고르기를 활용하면서 긴 안목과 여유를 갖고 합리적으로 투자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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