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춤과 노래부터 관현악 합주까지 전통예술을 총망라한 공연을 선보인다. 창극과 국악 관현악에 전통 무용을 곁들인 음악극 ‘명색이 아프레걸’(사진)이다.
오는 20~24일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하는 ‘명색이 아프레걸’은 국내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인 박남옥(1923~2017)의 영화 제작 과정을 다룬다. 경북 경산 하양에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박남옥은 전통적인 여성상을 깨뜨리려 분투했다.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가사과(가정과)에 입학했지만 독일의 여성 영화감독 겸 배우 레니 리펜슈탈(1902~2003)의 ‘올림피아’에 감명받아 학교를 중퇴하고 영화계에 투신했다. 1955년 제작한 ‘미망인’은 그가 남긴 유일한 작품이다.
열정은 있었지만 현실은 고됐다. 그는 갓난아기를 등에 업은 채 촬영 현장을 누볐다. 배우와 출연진의 밥도 차려줬다. 극본을 쓴 고연옥 작가는 “촬영장에 아이를 업고 나온 박남옥을 보고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당시 여건에 많은 걸 느꼈다”며 “성차별 등 고정관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 여성들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 산하의 관현악단, 무용단, 창극단 등 세 단체가 뭉쳐서 기획했다. 이소연 국립창극단 단원과 소리꾼 김주리가 주인공 박남옥 역을 맡아 무대에 번갈아 선다. 국립관현악단의 7인조 앙상블과 객원 밴드가 반주를 맡고 전정아 박준명 박수윤 박소영 이태웅 이도윤 등 국립무용단원 6명이 전통 무용을 춘다.
연출진도 화려하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2017년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한 고연옥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난 나실인이 노래를 지었다. 주로 오페라를 작곡했던 나 작곡가는 “이번 작품은 전형적인 창극이 아니라 창과 국악기 앙상블을 엮은 뮤지컬에 가깝다”며 “중창, 합창 등 오페라의 특징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음악극”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오페라와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 그는 “여성 소리꾼들 목소리는 오페라 가수들과 달리 대사할 때와 노래할 때 음역대가 비슷하다”며 “가성 대신 진성을 내서 가사 전달력이 좋고 호소력도 짙다”고 말했다. 그가 미리 귀띔해준 명장면은 열 번째 장면에서 등장하는 ‘명색이 아프레걸’. 주인공과 다른 여성들의 합창이다. 그는 “소리꾼들이 블루스 리듬에 맞춰 합창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며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 여성 소리꾼들의 다채로운 음색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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