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감염병이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시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특히 많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는 일상이 멈춰버린 듯한 가운데서도 펄떡이며 살아 숨쉰다. 그 도시를 채우고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또, 사랑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도시는 자칫 삭막하고 차갑기 십상이지만 사랑이 있기에 살 만한 곳, 숨쉴 만한 곳이 된다. 지금 이 시대의 도시와 사랑에 주목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의 한경갤러리가 선화랑과 공동 기획한 신년특별전 ‘시티앤러브(CITY & LOVE)’다. 김성호, 송지연, 이길우, 김경민, 문형태 등 작가 11인의 작품 28점을 선보인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한규남(76)이 수많은 점과 선, 강렬한 터치로 표현한 ‘이태원 빌리지’ ‘한남동 빌리지’도 눈길을 끈다. 가까이에서는 추상적인 점의 연속이지만 떨어져서 보면 도시의 풍경이 담겨 있다.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아름다움인 셈이다.
두텁고 거친 질감이 눈길을 끄는 송지연(40)의 ‘먼 곳에서 바라보다’는 도시 안에서 자아를 탐구하는 작가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바라본 풍경을 담은 뒤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꿀 때마다 새 이미지를 덧입혔다. 이렇게 네 번을 거듭하며 완성한 작품은 풍경이되 작가의 시선이 녹아 있는 추상의 세계다. 김명식(72)의 ‘이스트사이드’ 연작, ‘향불 화가’ 이길우(51)의 ‘살구골 아파트 804호 03’에서는 도시의 풍경을 읽어내는 다양한 시선과 기법을 느낄 수 있다.
오늘날 뜨거운 인기작가 중 한 명인 문형태(45)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일상을 스쳐가는 다양한 감정을 특유의 색감과 동화적인 감수성으로 표현해 사랑받는 작가다. 그의 ‘원한다면 어디든지’ ‘태거(Tagger·술래)’는 단순하고 장난스럽게 표현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익살스러우면서도 마냥 밝지만은 않은 잔혹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일상 속 행복을 조각하는 김경민(49)의 조각 작품 ‘내 사랑 봉봉’ ‘웰컴(WELCOME)’은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아빠의 어깨에 목말을 탄 채 양팔을 한껏 치켜들고 신나게 즐기는 아이, 뒤에서 이들을 잡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엄마. 지친 일상을 이겨내게 하는 것은 결국 가족이 주는 행복과 사랑일 것이다.
자작나무를 자르고 덧대 팝아트적 감성을 표현한 박현웅(52), 화려한 색감으로 자연의 찬란함을 그린 전명자(79), 꽃과 연인, 오르골 등으로 동화적 세계를 표현한 정일(63)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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