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14차 전용 84㎡가 지난달 16일 30억원에 거래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 29억원에 거래된 뒤 1억원이 뛰었다.
이 단지는 지난해 5월 25억6000만원에 거래된 뒤 7개월 사이 4억4000만원 상승했다. 현재 호가는 31억~32억원에 달한다. 압구정에 몇 없는 중소형 주택형이라 인기가 높다는 평가다. 인근 현대5차 전용 82㎡도 지난달 28일 29억7000만원에 거래돼 ‘30억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29억원)과 비교해 7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는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조합원이 2년 실거주해야 한다는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됐다. 이 같은 의무를 피하려면 재건축 조합설립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을 서두르는 단지가 늘었기 때문이다. 압구정 특별계획 1~5구역이 전부 조합창립 총회를 개최했거나 계획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빨리 조합설립을 신청한 4구역은 이르면 다음주 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4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구청에 신청서를 냈고 이르면 다음주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5구역 추진위도 지난달 28일 조합설립 신청서를 구청에 제출한 뒤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1~3구역은 오는 2월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1구역 동의율은 81%로 집계됐고, 2구역(82%)과 3구역(78%)도 주민 동의율 75%를 넘겼다.
정부의 2년 실거주 요건이 오히려 재건축을 자극해 속도를 내게 하면서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달 15일 49억원에 손바뀜돼 직전 최고가인 작년 10월(46억4000만원)과 비교해 2억6000만원이 뛰었다. 한강과 가장 가까운 현대2차 전용 198㎡는 작년 8월 50억원에 거래된 뒤 최근 2억원이 오른 52억원(11월24일)에 계약을 마쳤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매물이 줄고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 압구정 아파트값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10년 이상 소유, 5년 이상 실거주한 1주택자’ 이외에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지 못해 미리 아파트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 신만호 압구정 중앙공인 대표는 “매수 문의는 이어지는데 매물이 없어 계약을 못 할 정도”라며 “똘똘한 한 채를 노리고 서울 핵심 지역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다”고 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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