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한 데는 여러 가지 동력이 있다. 많은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금지에서 원인을 찾는다. 공매도가 금지된 작년 3월부터 주식시장이 전례없는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는 3월 공매도 재개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상당수 개인은 ‘공매도=증시 급락’으로 생각한다. 공포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 활용 방식을 알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공매도가 몰리는 종목을 피하면서 유망주를 골라내는 ‘핀셋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업종 간 차별화를 이용한 공매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진한 섹터에 공매도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종 간 순환매가 나타났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실적에 기반한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망 업종이라고 해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면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별 종목의 실적, 전망, 재료 등까지 보다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업종 내에서 단순히 실적뿐 아니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지표와 단기 급등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구조적 성장을 하는 업종과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망 업종으로 2차전지, 태양광, 풍력, 신재생에너지를 꼽았다. 공매도를 피해갈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삼성SDI, 한화솔루션을 추천했다.
연도별 공매도 비중(공매도량/거래량)이 높았던 종목을 조사한 결과 밸류에이션이 높거나 업황이 꺾인 종목이 공매도가 많았다. 2018년과 2019년 넷마블, 셀트리온, 한온시스템이 모두 공매도 ‘톱10’ 명단에 올랐다. 모두 업종 내에서 PER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던 종목들이다. LG디스플레이와 두산중공업도 2018년과 2019년 공매도 비중이 15%에 달했다. 두 종목은 업황 악화로 실적이 오랜 기간 부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구조적인 산업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성장 기대가 높은 종목에 대해선 공매도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대표적인 종목이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단기 급등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졌지만 성장성도 그 이상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공매도를 하기 쉽지 않다”며 “공매도를 했을 때 주가가 급등하면 손실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컨대 주식 전환가격이 3만원인데 주가가 10만원까지 올랐을 경우 주식을 빌려 10만원에 공매도한 다음 나중에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갚는 식이다. 그러면 7만원의 차익을 바로 담보할 수 있다. 헤지펀드 관계자는 “공매도를 하면 CB 상환 기간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수익을 확정할 수 있다”며 “만약 공매도 후 주가까지 하락하면 그 차액만큼 수익을 추가로 챙길 수 있다”고 했다.
코스닥150 편입 종목을 전수조사한 결과 10여 개 종목이 상대적으로 공매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대비 CB 비율이 높으면서 주가가 전환가보다 위에 있는 종목들이다. 이런 종목은 CB 보유자 입장에서 공매도를 이용할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메디포스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14일 기준 메디포스트는 293억원이 CB로 잡혀 있다.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4.91% 수준이다. 주가는 3만8000원으로 전환가(3만2490원)에 비해 17.5% 높게 형성돼 있다. 신흥에스이씨도 공매도에 취약한 종목이다. 시가총액 대비 CB 비중이 4.56%지만 주가가 5만1500원으로 전환가(3만8875원)보다 36% 높다. 녹십자셀도 CB가 많으면서 주가가 급등한 상태다.
휴젤과 현대바이오는 CB 비중이 2~3% 수준이지만 주가가 전환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당장 공매도할 경우 투자액의 두 배를 벌 수 있다. 휴젤은 주가가 21만6900원이지만 전환가는 12만4800원이다. 현대바이오는 전환가가 주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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