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공통된 전략은 기존 영역을 넘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사업 다각화였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뺀 것도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SK그룹 역시 SK텔레콤에서 ‘텔레콤’을 빼는 등 계열사들의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엔터테인먼트’ 꼬리표를 뗐다. 넷마블게임즈도 ‘게임즈’를 지웠다. 모두가 특정 업종에 갇히지 않고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다.
신사업 성격에 맞게 이름을 고치는 기업도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태양광,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 3개 부문을 통합하면서 새로 지은 사명 ‘한화솔루션’은 시너지 효과로 솔루션(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KT그룹이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KT이엔지코어를 KT엔지니어링으로 바꾼 것도 ‘그린 정보통신기술’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정유사 대한석유공사를 모태로 한 SK이노베이션은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사명에 넣어 큰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영문 이름을 쓴 기업들도 재미를 봤다. 포스코(포항제철), KT(한국통신), 아모레퍼시픽(태평양), KCC(금강고려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로고 교체도 눈길을 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선명한 하늘색 글씨의 새 로고를 선보이며 친환경 에너지를 강조했다. 기아의 로고도 초창기 톱니바퀴형에서 깃발형을 거쳐 최근 깔끔한 필기체 글씨로 바뀌었다.
잘못된 ‘창씨개명’은 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일본제철로 이름을 바꾼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은 제국주의 시대의 낡은 이름으로 돌아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럴 땐 안 바꾸는 것만 못하다. 이왕이면 의미 있고, 미래지향적이며, 소비자를 배려하는 사명이 좋다. 자고로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기업은 브랜드를 남긴다’고 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