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지금은 사면 말할 때 아니다"…이낙연 "대통령 뜻 존중"

입력 2021-01-18 17:17   수정 2021-01-19 01:33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 합의를 전제로 내세우며 사면이 국민 통합을 해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면론에 불을 지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했다. 사면 건의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면서 이 대표의 차기 대선 행보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文 “국민 통합 해쳐”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김형호 한국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 사실은 국가적 불행”이라면서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지난 1일 이 대표가 신년 메시지로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든 뒤 당 안팎으로 찬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법원이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형을 확정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위한 법적 요건이 갖춰졌다. 이 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사면 시기에 대해서는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이 고민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사면의 대전제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라며 조건을 명확히 밝혔다. 이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국민 통합의 방법이 될 수 없다”며 “사면을 놓고 극심한 분열이 있다면 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면을 통해서 국민 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며 사면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사면 일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했다.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야권에서의 사면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낙연, 흔들린 광주 민심 달래기 나서
문 대통령의 사면 관련 발언으로 인해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대표로서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 후보로서도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당 대표실에서 TV를 통해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사면 관련 발언이 나올 때 모두 집중하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며 묘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사면 관련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이후 신년 인사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천주교 광주교구장을 예방했다. 광주 양동시장 등을 돌면서 바닥 민심을 챙기는 민생 일정도 소화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이 대표의 광주행에 대해 사면론 이후 돌아선 광주 민심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사면 관련 논의에 대해서 대통령의 신속한 결정을 요청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국민 통합을 위해 결단해야 할 문제”라며 “오래 끌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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