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의 양대 토후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가 수소에너지 개발 사업에 나선다. 세계 저탄소·탄소중립 기조에 석유 수요가 떨어지더라도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17일(현지시간) 아부다비 국영지주회사 ADQ(옛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는 아부다비 국영석유기업 ADNOC,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함께 ‘아부다비 수소동맹’을 맺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ADQ는 “세 기업은 에너지 혁신사업을 통해 UAE에 ‘수소 경제’를 확립할 것”이라며 “각 운영회사와 글로벌 협력기업 등을 통해 전력, 모빌리티, 제조산업 등 주요 분야에서 수소에너지 사용을 가속화할 로드맵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부다비 수소동맹은 아부다비 등 UAE에 수소에너지 생산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ADNOC의 수소에너지 생산용량도 확대한다. ADNOC는 다운스트림(정제·석유화학) 과정에서 수소를 연간 30만t 생산하고 있다. 이를 50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ADQ는 “아부다비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고, ADNOC의 인프라는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활용해 수소 생산 여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기업은 자국과 글로벌 각국에서 녹색수소 에너지 사업 기회도 발굴하기로 했다. 무바달라는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함께 아부다비 양대 국부펀드 운용사 중 하나다. 중동 현지매체 자우야에 따르면 무바달라의 운용자산 규모는 2310억달러(약 255조원)에 달한다.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무바달라 CEO는 “아부다비를 신흥 에너지시장에서 녹색·청색수소 리더로 만들 것”이라며 “UAE의 수소 경제를 확립하기 위해선 ADNOC과 ADQ등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부다비는 최근 수소에너지를 차기 먹거리로 보고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석유 수요가 크게 꺾였고, 세계가 저탄소 기조로 돌아서면서 석유산업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봐서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초반을 횡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UAE는 유가가 배럴당 69.1달러는 돼야 재정적자를 보지 않는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는 작년 말 ADNOC에 “UAE를 수소 선도국으로 키우는 일을 목표로 삼고, 수소에너지 사업 기회를 물색하라”고 지시했다. 올해초엔 무바달라가 수소위원회 투자그룹에 가입했다.
이날 무바달라는 독일 지멘스에너지와 녹색수소·합성연료 생산 사업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멘스는 무바달라를 비롯한 아부다비 수소동맹과 함께 녹색수소 시범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아부다비가 ‘탄소 제로 도시’로 건설 중인 마스다르 신도시에 들어선다.
합성연료 분야 신기업도 세운다. 본부를 아부다비에 둘 계획이다. 무바달라는 “지멘스와 일단 아부다비에서 수소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향후 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온라인 MOU 체결식엔 독일 경제부 차관, 주UAE 독일 대사 등도 참석했다.
아부다비는 지난 14일엔 일본 정부와 청색암모니아(블루암모니아) 사업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이 2020년대 후반까지 아부다비에 청색암모니아 공급망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청색암모니아는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포집·저장한 암모니아라는 뜻이다. 암모니아는 친환경 수소에너지 유통과정 대안으로 꼽힌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 부피가 커서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부피를 줄이려면 액체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대안으로 암모니아(NH3) 형태가 꼽혀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 UAE의 최대 석유·가스 수입국”이라며 “이때문에 에너지분야 공동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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