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버는 기업들도 있는데 이들이 출연해서 기금을 만들어 고통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또는 취약계층들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을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운동이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권장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 선례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기업과 공공부문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피해를 입은 농어촌을 돕는 기금이 운영된 바 있다"며 "기업의 자발성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정부 주도의 관제 기부로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이같은 설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피해를 보거나 볼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민간기업 등과의 상생협력 촉진을 위한 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조성됐다. 기업 등의 자발적 참여로 매년 1000억원을 기금으로 적립해 농업인 자녀 대상 교육·장학사업, 의료서비스 확충과 문화생활 증진 등 농어촌 주민 복지 증진, 농수산물 생산과 유통 판매 등 분야에서 공동 협력 사업,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가 발행하는 상품권 사업 등에 쓰는 게 목적이었다.
정부는 적극적인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기금 출연금은 지정기부금으로 인정돼 손금산입되고, 출연금의 10%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하는 혜택까지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이밖에 공공기관 평가 시 가점 부여, 동반성장지수 평가 시 가점 부여 등의 혜택도 있다.
하지만 농어촌 상생기금은 현재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고, 그마저도 관제 기부로 채워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7년 법 개정으로 모금이 시작된 후 이날까지 조성된 기금 금액은 총 1164억원이다. 목표액 약 4000억원의 29%에 그친다.
모금도 사실상 정부가 운영을 하는 공공기관 등이 주도했다. 약 73%인 853억원을 공기업이 냈다. 대기업은 197억원, 중견기업은 20억원, 중소기업은 1000만원, 개인은 2억6300여만원을 냈다.
개별 기업들 입장에선 기금을 마련해 농어촌을 도울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반면, 농업계에선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사업은 정부가 농민들을 속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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