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아픈 손가락…문소리X김선영X장윤주가 그린 '세자매' [종합]

입력 2021-01-18 17:49   수정 2021-01-18 18:11

여기, 이상하고 불편한 가족이 있다. 가정폭력, 외도로 점철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족. 러닝타임 115분간 웃기다가도 또 울린다. '아픈 손가락'과 같은 가족에 대한 고찰을 시도하는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의 이야기다.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미연(문소리), 소심덩어리 희숙(김선영), 골칫덩어리 미옥(장윤주)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는 찐 자매 케미로 몰입감을 높였다. 같이 자랐지만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자매의 독특한 캐릭터를 세 배우가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로 완성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세 여배우의 연기다.


18일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가정 폭력과 외도 문제를 영화에 담은 것에 대해 "가족 문제가 우리 영화의 기초가 되는 이야기이긴 하다. 가정 폭력, 외도는 굉장히 단순한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야기를 통해 너무 쉽게 소모가 되었던 문제가 있다. 저는 이런 부분들을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하는 배우들이 최상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싶었다. 누구나 공감하며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원론적인 문제 의식을 갖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승원 감독은 문소리, 김선영과 함께 작품을 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두 배우와 영화를 찍게 되면 어떤 시나리오를 쓰면 좋을까 생각을 하며 썼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인물을 썼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대화를 나누며 시나리오를 적합한 모습으로 고쳐나갔다. 마지막으로 장윤주 배우가 막내로 캐스팅 되면서 더 맞는 인물로 다가가기 위해 대사를 수정했었다"고 말했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세자매'를 선택한 것은 바로 시나리오의 힘이었다. 문소리는 "이상원 감독 영화의 팬"이라면서 "래디컬한 작품이 많았지만 늘 상처받고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느낌이 저변에 두텁게 깔려있는 듯 했다. 이번엔 관객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자매들이라는 이야기 구성이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선영은 "문소리와 함께 할 수 있어서가 첫번째 이유다. 그리고 이승원 감독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앞으로도 이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윤주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실제로 세자매의 막내인데, 제목도 세자매고 배역도 막내였던 터라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영화 '베테랑' 이후 들어오는 작품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세자매'는 언니들과 호흡하며 배우며 하면 좋지 않을까 고민했던 부분들이 즐거운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세자매의 막내로 살아온 사람으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위로 받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김선영, 문소리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극중 문소리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오직 기도로 내면의 상처를 씻어내려는 미연 역을 특유의 흡입력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불교신자이지만 작품을 위해 교회를 다니며 독실한 크리스찬인 김선영에게 기도문 첨삭을 받기도 했다고. 뿐만 아니라 문소리는 이 작품에 공동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문소리는 "교회에 별로 다녀본 적이 없어서 교회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교회를 좀 열심히 다녔다. 몇 달을. 예배도 열심히 보고 찬송가도 부르고 지휘하는 법도 레슨을 받으며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남동생이 있고 자매가 없는데다가 교회도 별로 다녀본 적 없어서 캐릭터와 멀게 느껴졌지만 내면적으로 굉장히 저같은 부분이 있더라. 감추고 싶은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랑이를 많이 했다. 끝내 깊이 들어갔다. 마음으로 어려워서 전전긍긍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영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늘 미안하다는 말로 버티는 희숙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감정을 억누른채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는 "인물을 만났을 때 어떤 옷을, 어떤 머리 모양을 하고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한다. 희숙이란 인물의 외형부터 잡은 후 인물을 연기했다. 고민했던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모델테이너의 대표주자 장윤주가 세 자매의 막내로 얼굴을 비췄다. 그는 파격적인 노란 탈색머리로 변신해 슬럼프에 빠져 날마다 술과 함께하는 극작가 미옥으로 분했다.

장윤주는 "이번이 두번째 작품이다. 캐릭터 연구에 앞서 모델로서의 캣워크를 할법한 화려함을 벗고 시작하자는게 가장 큰 숙제였다. 모델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연기에 잘 묻어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장도 안하고, 옷도 일상에서 묻어날 수 있는 의상들. 그동안 버릇처럼 생겨난 몸짓들을 내려놓는 것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그런 다음엔 과감하게 탈색을 해 봤다. 새롭게 변신하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장윤주는 "모델 커리어를 모두 지우고 시작하려 했다. 무(無)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니 더 자유롭게 미옥이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감정소모가 매우 큰 작품이었다. 문소리는 "마지막 부분도 그렇지만 교회에서 지휘를 하는 부분에서 눈빛으로 이야기 해야했기에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선영은 "감정소모가 컸지만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장윤주는 "이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결정을 하기 전에 미옥이란 캐릭터에 빠져있었다. 즐거운 작업이었다. 공감이 됐던 장면은 남편에게 '네가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를 때리냐'며 생주먹으로 구타하는 장면이 있다. 이상하게 그 장면이 공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세자매'는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특유의 강렬한 캐릭터 설정과 흡입력 넘치는 이야기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킨다.

사실 이승원 감독은 김선영의 남편으로 두 사람은 함께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김선영은 "이승원 감독과 같이 극단을 만들고 있다. 저는 거기서 연기 디렉팅을 하고 있다. 호흡을 맞춘지 오래되어서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1등으로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편하고 누구 앞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 특별하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제 말투가 사랑이 넘쳐도 공격적으로 보이나보다. 문소리가 '왜 그렇게 얘기하냐. 싸우지 말라'며 오해를 한 에피소드가 있다. 저는 존경과 신뢰, 전폭적인 지지를 담은 말투였다"고 말했다.

이승원 감독은 "남들이 김선영 배우를 잘 모를때, 이승원 감독을 잘 모를 때 우리 둘은 서로를 믿어줬다. '나중에 잘 될거야'하며 지낸 의리가 크다. 믿음이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문소리는 "믿음이 강렬해서 그런지 격하게 토론하신다. 저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이혼하면 안되는데,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열심히였다. 그런데 뒷끝이 없더라"라고 했다.


개봉을 앞두고 문소리는 "영화에 담아 넣은 저희의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아울러 "상황 때문에 '극장에 오세요'라고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 저희 영화가 위로가 되고 따뜻한 마음 전해지며 이 시기를 잘 지나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당부했다.

장윤주는 "'세자매'가 좋다. 영화를 볼 때 정말 많이 울었다. 어떻게 보실지 참 궁금하다. 그 어느때보다 떨린다. 2021년에 한국영호의 첫문을 열게 되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세자매'는 오는 27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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