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한국에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재미동포 케빈 나(한국명 나상욱·38)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뒤 연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말문을 열었다. 미국 중계진이 무슨 뜻이냐고 물은 뒤에야 영어로 답을 이어갔다. 여덟 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그의 한국어 발음은 정확했다. 뼛속까지 한국인이라고 평소 말했던 케빈 나가 우승 뒤 처음 떠올린 건 수천㎞ 떨어진 곳에서 응원전을 펼친 한국팬이었다.
2019년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오픈 이후 15개월 만에 나온 우승이다. 2016~2017시즌 이후 네 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한 케빈 나는 “PGA투어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스코어로 우승해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정상에 오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케빈 나는 초반에 주춤했다. 전반에 버디 두 개를 잡으며 추격을 시작했지만, 12번홀(파4)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1타를 잃고 공동 6위까지 밀렸다. 그는 “12번홀에서 순결이던 잔디 결을 역결로 봐서 퍼트가 짧았다”고 설명했다.
케빈 나에게 이날 우승은 통산 5승을 뛰어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승상금으로 118만8000달러(약 13억원)를 챙긴 그는 누적 상금(3348만달러) 부문에서 ‘탱크’ 최경주(51·3299만달러)를 넘어섰다. PGA에 진출한 한국 출신 선수 가운데 누적 상금 1위다. 2008년 이 대회 챔피언 최경주는 이날 보기 5개를 쏟아내고 버디는 1개만 잡으며 4타를 잃어 71위(5언더파 275타)로 밀려났다.
케빈 나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23위까지 끌어올렸다. 페덱스컵 포인트도 500점을 받아 지난주 98위에서 88계단 올라선 10위가 됐다. 그는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은 아내,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덕분”이라며 “상승세를 이어가 세계랭킹을 20위 안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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