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에픽하이가 정규 10집으로 돌아왔다. 추운 겨울, 때론 따뜻하게 때론 뜨겁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많은 이들의 곁을 공감의 힘으로 지켜낼 예정이다.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는 18일 오후 정규 10집 첫 번째 앨범 '에픽하이 이즈 히어(Epik High Is Here)'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에픽하이의 정규 앨범 발매는 약 3년 3개월 만. "10집을 만든 장소, 녹음실이다"고 말문을 연 타블로는 먼저 "에픽하이밖에 없는 독립회사를 시작한 지 이제 막 2년이 넘었다. 일들이 늘어서 열심히 일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늦깎이로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2020년 전에는 투어를 돌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저희 같은 공연형 그룹이 공연도 못하는 시기에 팬분들을 찾아뵙는 게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최근 한 방송국 대기실에 유노윤호 씨가 찾아왔다. 비 형도 나오고, 형님들도 나오고, 저도 나오니 예전에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가 떠오른다고 말하더라. 정말 그때가 떠오르면서 어쩌면 지금 활동하는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Epik High Is Here(에픽하이가 여기에 있다)'라는 제목에는 17년이 넘은 긴 커리어 속 온갖 산전수전을 겪고도 꿋꿋이 현 위치를 지키고 있는 에픽하이의 다짐이 담겨 있다. 동시에 '이 세상에 날 이해할 사람은 없다'고 느끼는 이들의 곁을 지키겠다는 위로의 메시지도 함께 담아냈다.
위로와 공감 두 가지 키워드는 에픽하이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미쓰라는 "위로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는 에픽하이가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면서 항상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은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미쓰라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좌절감,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해야할 일에 대한 부담감 등이 겹쳐서인지 갑자기 공황장애 증상이 왔다. 녹음하다 뛰쳐나가기도 했다"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을 위로할 음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했다. 지난 한 해 우리 모두 갑작스럽게 맞은 공포와 좌절감이었다. 그걸 위로해보고자 앨범을 만들었다. 우리가 같은 경험을 해서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타블로는 "미쓰라는 우리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사람이라 느꼈는데 그런 일들을 겪는 걸 보고, '겪은 사람이 전달할 수 있는 위로가 분명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사 역시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썼다"고 밝혔다.
정규 10집은 상, 하 2CD로 나뉘어 발매된다. 이에 대해 투컷은 "과거에 2CD 앨범은 더 이상 발매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본의 아니게 번복을 하게 됐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타블로는 "마치 어느 영화가 1, 2편으로 나뉘어졌는데 연결이 되기 때문에 둘 다 봐야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며 "마블 팬으로서 상 편은 '인피티니 워', 하 편은 '엔드 게임'으로 감히 비교해보고 싶다. 하지만 결말이 없는 거다. 그런 식으로 이어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코로나19로 유독 춥고 길었던 지난해를 지나 2021년이 시작된 시점에서 에픽하이는 따스함과 뜨거움을 불어넣고 싶다고 했다. 헤이즈가 피처링에 참여한 타이틀곡 '내 얘기 같아'로는 따스함을, CL과 지코가 목소리를 더한 '로사리오(ROSARIO)'로는 뜨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에픽하이는 "올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거라 생각했다. 따스함과 뜨거움을 줄 수 있는 노래 두 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화려한 피처링진으로 주목 받고 있다. 타이틀곡에 참여한 헤이즈, 지코, CL은 물론 김사월, 우원재, 넉살, 창모, 미소, 지소울, 비아이 등이 참여했다. 타블로는 "협업 상대를 선택할 때 여러 고민을 한다. 그 노래를 가장 완성에 가까운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함께 가 줄 분들을 찾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마약 혐의로 그룹 아이콘을 탈퇴한 비아이가 수록곡 피처링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타블로는 "앨범을 만드는데 있어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는데 어느 하나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없더라. 그래서 비아이와의 작업도 무게감 없게 생각할 순 없었다"며 "그래도 이 곡을 포기할 수 없게끔 완성도를 만들어준 게 비아이다"고 했다. 투컷 역시 "곡 작업을 하면서 멜로디와 보컬을 비아이가 하면 가장 잘 할 것 같았다. 앨범 작업 막바지에 이르러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니 이 곡은 꼭 앨범에 있어야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타이틀곡 '로사리오'에 참여해 준 CL과 지코에 대해서는 "항상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분들이었다. 지코가 인터뷰에서 소원 중 하나가 CL과 작업하는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CL과 작업하면서 지코도 같이 작업해 우리의 소원을 모두 이루면 듣는 사람들의 기쁨도 배가 될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입대 전까지 시간을 내서 뮤직비디오도 세세하게 신경써 준 지코한테 꼭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헤이즈를 향해서는 "이 세상에 가장 공감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보이스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내 얘기 같아'랑 너무 잘 어울리는 보컬"이라며 극찬했다.
김사월과의 협업과 관련해서는 "라디오 DJ를 할 때 김사월 씨의 노래를 많이 틀었다. 위로를 줄 수 있는 노래라 생각했다. 전화를 드리니 당황하며 '너무 좋지만 에픽하이와의 협업은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같이 작업을 해보니 완벽한 호흡이었다. 이 앨범 중 베스트 트랙이 '라이카'가 아닐까 싶다"며 강한 만족감을 표했다.
에픽하이의 음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에는 솔직한 답변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쓰라는 "눈보다 마음이 호강하는 음악"이라고 답했고, 타블로는 "만들 땐 우리의 것, 내는 순간 듣는 분의 것. 우리가 생각을 담은 노래지만 듣는 분들이 생각하는대로 들리고 변형됐으면 한다. 여러분들과 함께 자라고 나이 드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투컷은 "음악은 인생"이라며 "이제는 음악을 한 시간이 안 한 시간보다 길어진 것 같다. 또 (리스너들도) 우리의 음악을 들은 시간이 안 들은 시간보다 길어진 것 같아서 삶을 같이 한 동반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끝으로 에픽하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확 달라진 우리의 삶을 돌아봤다. 이들은 "1년 만에 세상이 변한 게 너무 크다. 우리 다 함께 겪은 이 날들에 있어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비슷한 감정들을 느꼈을 테고, 세상이 급변했다. 테크놀로지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말이다. 우리의 변화 역시 거기에 맞춰나가는 것 뿐인 것 같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필요한 게 뭔지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더 커진 것 같다. 세상이 변하면 사람에게 요구되는 위로나 공감도 변할테니 그에 맞춰 어떻게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지, 또 우리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 갈고 닦으면서 최대한 노력하는 것 같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거기에 맞춘 위로를 주려 노력할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에픽하이의 정규 10집 '에픽하이 이즈 히어 상'은 이날 오후 6시에 공개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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