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약 2개월 앞두고 민주당 차기 당권 레이스에 시동이 걸리는 움직임이다. 지난 당 대표 경선이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으로 굳어지자 출마를 포기했던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 등이 당심(黨心)을 잡기 위한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우원식·송영길·홍영표 준비 작업
19일 민주당에 따르면 우 의원과 송 의원은 이날 일제히 강원 당심 공략에 나섰다. 우 의원은 춘천을 시작으로 양구, 속초, 강릉, 삼척, 평창, 원주 등을 순회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위원장, 지방의원 등을 만나며 조직 관리에 들어갔다.송 의원도 이날 화천 평화의댐, 7사단, 21사단을 차례로 방문하며 군 장병 등을 격려했다. 강원 지역의 핵심 사안인 남북평화 의제를 선점하고, 이를 토대로 강원 당심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우 의원과 송 의원 모두 차기 당 대표 유력 후보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자 곧바로 지방 민심 챙기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유력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홍 의원도 이날 유튜브 채널을 신규로 개설하며 당원 및 국민 소통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홍 의원은 이날 SNS에 “‘영표형아’라는 채널명으로 유튜브를 시작한다”며 “온택트 시대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이 대표는 내년 대선 레이스에 참가하려면 오는 3월 9일까지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에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후보들은 5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임시 전당대회를 위해 벌써부터 물밑 작업에 들어간 모양새다. 특히 사면론 언급 이후 이 대표의 당권 장악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당내에서도 일찍부터 차기 당권 주자에 대한 줄서기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어대낙’ 때와 달리 당권 경쟁 치열할 듯
차기 민주당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 29일까지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뿐만 아니라 지방선거까지 도맡아 치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다. 지난 전당대회가 ‘어대낙’으로 싱겁게 끝난 것과 달리 본격 당권 레이스가 시작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사람은 당내 대표 친문(친문재인) 세력으로 분류되는 홍 의원이다. 지난해 친문 현역 의원 50여 명 등을 비롯해 대규모 인사가 참여한 당내 거대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 연구원’에 이름을 올리며 당권 장악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 의원은 더좋은미래와 을지로위원회 소속으로 폭넓은 기반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수도 완성 추진 단장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당원들과 접촉면을 늘리는 데 수월한 위치에 있다. 송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지난해 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과 미국을 찾아 의원외교를 펼치는 한편 최근 가덕도 신공항 건설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영남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세 후보 모두 세력이 엇비슷해 한쪽으로 추가 확실하게 기울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이들 외에 설훈 의원과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당 대표 경선 참여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당 대표뿐만 아니라 원내대표를 두고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유력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개각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으면서 친문인 김경협 의원을 비롯해 안규백, 박완주, 박홍근 의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번 원내대표 선거 때 불출마한 윤호중 의원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