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재택전문직' 등 다양하게 진화하는 일본 재택근무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1-19 15:58   수정 2021-01-19 17:1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재택근무가 일본에서 저출산·고령화, 도농격차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지쓰는 부서와 지역에 관계없이 일하는 원격근무를 인정하고, 단신 부임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노부모 간병, 배우자의 전근 등 특수한 사정을 인정받으면 원격근무가 가능해 진다. 이미 도쿄 본사 소속이면서 간사이 지역의 나라현이나 규슈 후쿠오카현에서 근무하는 사원이 나왔다.

약 4000명에 달하는 단신부임자도 본인이 희망하면 집에서 근무하는 원격근무를 허용할 방침이다. 후지쓰는 재택근무를 사무직의 기본 근무형태로 인정하고, 3년 이내에 남는 오피스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위성사무실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근무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수처리 대기업 메타워터와 식품업체 칼비도 재택근무를 활용해 단신부임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회사인 시프트는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재택근무 전문직을 신설했다. 새 채용제도 덕분에 지사가 없는 히로시마에서 엔지니어를 채용할 수 있었다.

휴가지에서 업무를 병행하는 방식인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작년 4~12월 688명의 직원이 워케이션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세일즈포스닷컴 일본법인은 와카아먀현의 유명 관광지 시라하마를 워케이션 대상 지역으로 지정했다.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작년 초부터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내각부가 2020년 12월 전국 근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일본의 재택근무 실시율은 21.5%로 1년 만에 두 배 늘었다. 도쿄 23개구에 위치한 기업의 재택근무 실시율은 42.8%로 1년 새 2.4배 증가했다.

재택근무가 활발하게 보급되고 정착되면서 감염 방지 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도 진화하고 있다. 후지쓰와 같이 재택근무를 인재 확보 전략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맞벌이가 일반화한 일본에서 배우자가 전근하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인재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파솔종합연구소와 주오대학은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2030년 644만명의 노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택근무가 정착되면 여성과 고령자도 노동시장에 참가할 수 있어 일본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방 거주자의 고용기회와 부업이 늘어나는 것도 재택근무의 진화가 낳은 효과로 꼽힌다. 부업인재 중개기업인 조인스는 작년말 기준 부업희망자수가 5000명으로 1년새 4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택근무의 보급으로 본업과 부업의 양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재택근무의 보급과 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도입하고 있다. 재택근로자 가정의 통신비 절반을 과세대상에서 빼주는 세재혜택 등이 검토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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