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전동칫솔을 샀어요. 가품(가짜 제품)이 왔습니다. 반품을 하고 다른 제품을 샀어요. 그런데 또 가품이 온 거죠.”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는 창업 계기를 묻자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마크비전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온라인몰의 위조 상품을 모니터링하는 스타트업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컨설팅업체 맥킨지,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거친 이 대표가 이도경 부대표 등 지식재산권(IP), AI 전문가들과 협심해 2019년 창업했다.
국내외에 위조 상품 모니터링 기업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기존 기업들은 모두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위조 상품을 찾아내는 방식을 썼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오류도 잦다.
마크비전은 AI를 기반으로 위조 상품 포착, 신고, 분석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덕분에 건당 적발 비용이 수작업의 5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조 상품 적발에 들어가는 시간도 3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는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머신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석, 로봇 신고 프로세스 자동화 등 자체 개발한 기술이 적용됐다. 상품 소개에 들어간 이미지와 진품 간 일치 정도를 파악하는 게 기본이다. 위조 상품을 팔면서 진품 사진을 도용한 경우는 어떨까. 제품 설명에 들어간 텍스트를 분석해 가격, 리뷰, 셀러 등의 정보를 파악한 뒤 진위를 판단한다. 이 대표는 “위조 상품은 반드시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완벽하게 속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여러 e커머스 사이트를 ‘저인망’처럼 촘촘하게 모니터링한다는 입소문이 금세 퍼졌다. 마크비전은 아마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알리바바, 타오바오, 티몰 등 10개국 20개 e커머스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통되는 위조 상품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도 조만간 출시한다. 이 대표는 “유명 연예인을 본뜬 딥페이크, 웹툰 불법 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모니터링 서비스를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해외 진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미국 보스턴에 직원 7명을 두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지사도 곧 오픈한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