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로 일정 금액 이상을 빌릴 때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 하는 원금분할상환제도가 도입된다. 연소득을 따져 금융권 전체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더 강화돼 개인의 대출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3월 이후 한 차례 더 연장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액 신용대출의 원금분할상환 의무화를 꺼내들었다. 신용대출은 대출기간에 이자만 내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구조가 일반적인데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처럼 원리금을 동시에 상환하는 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 3% 금리에 5년 만기로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지금은 한 달에 25만원씩 이자만 내고 5년 뒤 1억원을 상환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5년간 매달 179만6869원(원리금 균등상환)을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금액 기준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수천만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정부는 DSR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신용대출 1억원 이상(연소득 8000만원 초과 소득자 대상)으로 잡고 있다.
금융위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지난해 11월엔 신용대출에서만 사상 최대 규모인 4조800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새해 들어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빚투’(빚내서 투자)가 지속되자 더 강력한 처방을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자기 능력 범위에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개인과 금융회사의 건전성 측면에서 맞다고 생각한다”며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 연착륙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2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DSR규제 개인별 확대 적용땐 대출금액 확 줄어들 듯
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과 DSR 규제가 결합되면 대출한도가 예전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DSR은 1년간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신용대출도 원금까지 매달 갚아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DSR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자금 외에 대출을 늘리면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 조정을 통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는 DSR 강화 대책의 충격이 가장 큰 청년층에는 ‘핀셋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소득이 별로 없는 청년층에 DSR 잣대를 기계적으로 들이대면 대출 한도가 너무 줄어 내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미래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던가, 만기를 연장해주면서 한 해에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줄여주는 방식이 거론된다. 금융위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최초구입자 등을 대상으로 40년짜리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하반기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모든 금융권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적용하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한 번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현재 방역상황과 실물경제 동향, 금융권의 감내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경제가 정상화되더라도 그동안 내지 못했던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으라는 식으로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만기가 미뤄진 대출은 126조원에 이른다.
금융위는 하반기부터 법정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햇살론17(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에게 연 17.9%로 대출) 금리 인하, 연 20% 초과 대출 차주에 대한 대환 상품 공급 등의 보완책을 내놓기로 했다. 중금리 대출을 많이 해주는 금융회사에 대출을 더 많이 해주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
박종서/김대훈/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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