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수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정치판 같은 구태 선거로 초반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호 비방과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한국 체육의 백년대계를 준비한다던 공약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진흙탕 선거로 체육회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6년 체육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그동안 여러 구설에 휘말렸다. 취임 직후부터 보은 인사, 측근 챙기기로 시끄러웠다. 2017년 6월에는 이 회장이 자신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후보로 ‘셀프 추천’해 논란을 일으켰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 회장이 체육계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며 “정치권에서 내보낸 낙하산 인사들이 후보 단일화를 했다면 연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위기에 몰린 이 회장에게 반전의 기회를 준 건 정치권이다. 정부의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에 반대하는 이 회장을 잡겠다며 다선 국회의원 출신 여권 중진들이 나섰다. 두 단체가 분리되면 IOC 눈치를 보지 않고 정부가 체육회에 간섭할 수 있다. 한 해 4000억원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체육회는 탐나는 전리품이었을 터다. 후보로 나선 이종걸 전 의원은 토론회에서 이 전 회장을 체육 적폐로 규정했다. 딸의 산하기관 특혜 채용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한심한 가짜뉴스”라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이 전 의원을 제소했다. 이 회장을 맞고소한 이 전 의원은 선거 막판 10만 명의 체육인에게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포퓰리즘 공약도 내걸었다.
체육계는 돈보다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명분을 택했다. 구관이 명관이어서가 아니다. 한 체육단체 고위 임원은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강해 연임이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연임이 안 되면 IOC 위원을 포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 회장을 뽑았다는 선거인단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체육회에는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준비는 물론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 등의 과제가 쌓여 있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고질적 폭력·성폭력 근절, 전문 체육부터 풀뿌리 체육까지 순환되는 시스템의 정비도 시급하다. 선거는 끝나고 산적한 과제만 남았다. 절반 이상의 반대표에 담긴 뜻을 새겨야 하는 과제까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