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국가 위주로 영업·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을 무기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늘린 곳이 많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최근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광고가 ‘대박’을 터뜨렸다. ‘베트남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방송인 쩐탄과 하리원 부부가 모델로 출연해 현지 상인들이 어려울 때 우리은행이 도와주는 모습을 연출, 두 달 새 조회수가 400만 건을 넘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와 같은 WON(원)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젊은 층에 디지털 편의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며 “20~4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비대면 채널 홍보를 늘린 결과 스피드론(찾아가는 대출), 자동차론 등 리테일 상품 가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베트남에서 현지화한 앱 ‘쏠 2.0’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2019년 베트남에서만 1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올해 디지털 분야를 강화해 비대면 고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 은행 인수를 발판으로 도약하고 있는 곳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뱅크와 캄보디아 프라삭(소액대출 회사)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주당 189루피아에 사들인 부코핀뱅크는 인수 이후 주가가 급등해 최근 770루피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인수한 뒤 부코핀뱅크의 신용등급이 올라가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든 게 주효했다”며 “국민은행의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면서 현지 고객이 증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9년 3분기 100억원 수준이었던 국민은행 글로벌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 3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나은행도 2019년 BIDV(베트남투자개발은행) 지분 인수를 계기로 이 회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베트남 지역 당기순이익(BIDV 지분법 이익 포함)은 2019년 3분기 3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128억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멈춰 있던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시계가 다시 작동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얘기다. 은행들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아세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연 확장을 꾀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난관에 부딪혔다. 예정됐던 현지 은행과의 제휴 및 신규 지점 설립, 금융업 라이선스 획득 등이 대거 보류됐다.
대형 은행의 한 임원은 “출장이 무기한 연기됐고, 현지 주재원 귀환 등이 겹치면서 현지 인력 운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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