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당금' 등 선제집행·순이자마진 회복…눈에 띄는 실적개선 기대

입력 2021-01-20 15:04   수정 2021-01-20 15:06

2020년 3월 주식시장 쇼크 이후 코스피지수는 100% 넘게 반등했다. 같은 기간 은행주는 70%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의 은행에 대한 배당 규제 가능성과 배당락, 올 들어선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종 등으로의 매수 쏠림 현상이 강화되면서 은행주와 코스피지수의 괴리가 커졌다. 현재 은행주 주가 수준은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맴돌던 작년 11월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은행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할인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유가증권시장 평균 대비 26%에 그치고 있다. 은행주의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치는 7.7%로 유가증권시장(8.5%)보다 크게 열위에 있진 않다.

일반적으로 주가는 ROE의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방향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실물경기의 회복 속도가 빨라질수록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질 것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평균 3~7년 주기로 금리 상승 사이클이 반복됐다. 다섯 차례의 금리 상승기 중 네 차례에서 은행주의 수익률은 코스피지수를 압도했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만 예외였다.

현재는 미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장기물 위주의 대외금리 상승 압력이 발생한 상황이다. 주식·부동산으로의 시중자금 쏠림 현상으로 과열이 우려되면서 금리 하방 압력은 상당히 약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순환적 경기 회복이 시장의 컨센서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번 금리 상승은 과거와 비슷하게 은행주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은행을 비롯한 코로나 피해 업종에 대한 시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은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 재개를 결정했다. 국내 은행의 자사주 매입 재개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물경기 연착륙이 진행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작년 말 당국이 배당성향 하향 조정을 검토할 당시 일부 대형은행이 대응책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선택지로 검토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은행의 비대면(모바일) 기반 가계대출 취급액도 급증했다. 동시에 비대면 증권 거래도 크게 증가했다. 비대면은 이용 절차가 편리하다. 쉽게 대출을 받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이런 편의성은 금융 시스템 내 상호 연계성을 상당히 높였을 것이다. 최근 증시로 유입된 개인자금의 경로 중 상당 부분이 시중은행의 대출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가계의 대출액 증가세가 20년 만의 최고 수준이고 개인 주식예탁금도 사상 최대치에 도달해 있다.

작년 11월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약 135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75%가 은행에 머물고 있는 단기예금(요구불 340조원+수시입출식 저축성 682조원)이다. 여기서 일부는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 최근에도 은행의 단기성 예금 비중은 요구불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의 4분기 실적은 보통 희망퇴직과 계절적 대손비용이 좌우한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 관련 충당금까지 추가로 적립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실적 개선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약 80원 하락하면서 비화폐성 환이익 1600억원가량을 인식할 전망이다. 이 중 상당액이 퇴직금 비용 등으로 지출되더라도 이익 컨센서스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분기 실적보다는 올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순이자마진(NIM)에 베팅할 필요가 있다. 1분기에 DGB금융과 BNK금융이 전 분기 대비 2~3bp(1bp=0.01%포인트), 시중은행들은 평균 1~2bp 정도 NIM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1조5000억원을 선제 적립한 만큼 올해는 충당금 감소 혹은 하반기에 환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덜 오른 대형은행과 지방은행의 상승 탄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sh.kim@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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