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하나은행은 전날 유럽 자본시장에서 5억유로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커버드본드란 금융사가 중장기 자금조달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회사 도산시 우선청구권을 갖고, 발행자의 상환재원이 부족할 때도 기타 자산을 처분하는 등 안전장치를 갖는다.
국내 민간 금융사가 유럽 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사상 첫 사례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로 유럽에서 자금조달을 한 금융기관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유일했다. 투자자에게 연 0.01%의 쿠폰금리를 제공하는 대신 채권 값을 비싸게 받는 형태로 실질 금리는 연 -0.17%다. 유럽시장에서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환산할 때 사용하는 유로화 미드스와프(MS) 금리에 0.27%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최초에 하나은행이 시장에 제시한 가산금리는 0.33%였지만, 18억5000만유로 규모의 ‘사자’ 주문이 몰리며 금리를 더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독일, 베네룩스 3국, 영국 등의 다양한 자산운용사와 유럽 중앙은행의 매수 주문이 이어졌다”며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채권보다 약간 더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유럽에서의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소셜본드 형태를 취했다. 소셜본드란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투자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쓰겠다고 약속하는 채권을 말한다. 하나은행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Fitch)로부터 최고등급인 ‘AA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번 거래는 BNP파리바, 씨티, JP모간,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증권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맡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졌음에도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거래”라며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ESG 채권 발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훈/김진성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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