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경기 용인에 있는 아시아나CC 등을 소유한 금호리조트를 인수한다. 계열분리한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박찬구 회장(사진)이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한때 경영하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은 20일 금호석유화학을 금호리조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리조트의 부채를 제외한 지분 가치에 대해 2000억원 중·후반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은 다음달 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매각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아시아나CC를 비롯해 경남 통영·전남 화순 등의 콘도미니엄 4곳, 아산스파비스 등 워터파크 3곳, 중국 웨이하이포인트호텔앤드골프리조트 등이다.
당초 금호리조트 입찰은 흥행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레저산업 업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본입찰은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비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된 금호석유화학, 동양건설산업-크레디언파트너스, 칸서스자산운용, 화인자산운용, VI금융투자 등 5곳이 모두 참여했다.
이들 중 2곳 이상은 부채를 제외한 지분의 대가로 2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CC와 콘도미니엄 등의 입회보증금(예수금)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금호리조트의 전체 기업가치(EV)를 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예비입찰 때 제시된 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리조트 사업 중 아시아나CC의 투자 매력에 특히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CC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을 매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장을 찾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골프장 사업은 연중 성수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나CC는 특히 박삼구 전 회장의 애착이 큰 곳으로 유명하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박삼구 전 회장의 딸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가 김현일 금호리조트 대표를 대신해 입찰 후보들에게 매물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의 금호리조트 인수는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2000년대 중반 ‘형제의 난’을 겪은 터라 더 관심을 끌고 있다. 박찬구 회장 측은 이번 인수전에 상당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제품 시장 호황으로 인수를 위한 ‘실탄’도 넉넉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박찬구 회장이 형제 간 갈등과 별개로 집안이 영위해온 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어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관리감독 아래 진행된 매각인 만큼 ‘가격’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리안/이상은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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