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에 소개된 신기술과 신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와우(wow)!”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신기한 기술, 없어서는 안 될 것 같고 매혹적이기까지 한 이들 신제품이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는 ‘인간의 wow 경험’이다. 자율주행차, 자율선박, 전기차를 넘어 태양광차, AI트랙터, 생활로봇, 스마트 쿠킹 등 수많은 신제품이 놀라운 제품력으로 우리를 경탄케 했다. 이렇듯 놀라움·감동·숭고함처럼 훌륭한 예술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학적 경험을 기술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미학이다. 지금은 가히 기술미학의 시대인 것이다. 이런 미학적 경험이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추구되며,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되는 사회, 즉 예술사회는 CES 2021이 보여준 미래 사회의 서막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예술사회 또는 기술미학의 시대에 볼 수 있는 세 가지 현상을 보자. 첫째, 생산과 소비 현장에서 반복적인 일은 기계가, 행복한 일은 사람이 담당하게 된다. 자동화 혁명 덕에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반복적이고 기능적인 일을 AI와 기계가 대신하면서 인간의 판단·창조·여가 능력은 최우선의 가치가 된다. 인간은 놀고, 즐기고, 느끼고, 배우고, 창작하고 감상하며 명상과 종교 등 건강 추구, 자아실현과 자기표현을 위한 여가적 존재가 된다. 한국 기업은 이렇게 까다로운 여가적 존재를 감동시킬 기업 시스템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는가?
둘째, 예술사회의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안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제품·서비스가 ‘아름답고 매혹적인 관능성을 갖고 있는지’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소비 대상인지’ ‘살아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더해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지’를 판단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더 나아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아트슈머’로 진화한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실버세대는 은퇴 후에나 비로소 자기 탐색에 나설 수 있었다. 개성 넘치는 MZ세대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시하고, 서로의 감성을 ‘팔로우’한다. 절대적인 가치인 ‘미적 감동’이 모든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된다.
셋째, 여가적 존재인 소비자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기본적 의식주 역시 미학적 소비의 대상이 되면서 레저·문화·예술산업이 발전하고 문화서비스 지출 비중도 높아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국의 문화서비스 지출액은 소득 대비 6.3%로, 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보여줬다. 반면 한국은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1인당 월평균 문화서비스 지출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5.56%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경영 패러다임의 과실을 딛고 미학적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성장하는 행운을 모든 기업이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치밀한 기술미학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길 바란다. 치밀한 정치미학을 바탕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이 늘어나고, 예술미학 가득한 문화 한류를 통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문화예술인이 늘어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이 감동으로 가득한 ‘예술사회’를 소망한다.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겸 작곡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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