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석이 쏜 '세 개의 화살' 적중…이마트 매출 15조 넘었다

입력 2021-01-20 17:26   수정 2021-01-21 01:44

강희석 대표(사진)가 2019년 10월 이마트 수장으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바꾼 것 중 하나가 보고 방식이다. 그전까지 각 사업부 임원은 사업 계획을 짤 때 ‘정성적’ 설명 방식에 기댔다. “이렇게 해봤더니 성공하더라”는 성공경험과 스토리, 즉 감(感)을 선호했다. 컨설턴트 출신으로 외부에서 이마트를 약 10년간 분석했던 강 대표는 ‘데이터’를 요구했다. 임원들 스스로가 자신을 ‘소(小)사장’으로 여기고 데이터로 만든 투입 대비 산출 보고서를 작성해올 것을 주문했다. ‘강희석식 혁신’의 출발이었다.

그로부터 1년. 이마트는 지난해 총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전체적으로 위기를 겪었던 것과 대조된다. 영업이익도 전년(2019년) 수준에서 방어했다. 이마트 주가는 1년 동안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기존 ‘성공 방정식’을 깨다
강희석식 혁신이 이마트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에는 ‘대형마트=빅 박스 스토어(big box store)’라는 공식의 해체가 있다. 그동안 이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은 세상의 거의 모든 상품을 갖다 놓고 고객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강 대표는 강점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매장 리뉴얼에 반영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전국 9개 매장의 공간을 확 바꿨다. 그로서리(식품) 매대를 대폭 확장하고, 비식품 중 돈이 안 되는 패션은 과감히 축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구 칠성점의 경우 그로서리 매장을 200평 이상 확대했다”며 “채소와 과일 종류가 8%, 18%씩 늘고 가공식품 품목 수도 20%가량 더 진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새 단장한 9개 점포의 매출은 전년 대비 26.7% 늘었다. 방문객 수도 12.1% 증가했다. 특히 쇼핑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었다는 게 가장 눈에 띈다. 이마트 월계점이 고객들의 주차 시간(작년 6~9월)을 분석했더니 2시간 이상 머문 이들의 비중이 16.5%로 리뉴얼 이전인 1년 전보다 6.1%포인트 늘어났다.

이마트 재평가 ‘봇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영업통들은 오랜 기간 자신만의 노하우로 성공을 거둬왔기 때문에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라며 “강 대표가 아니었다면 삐에로쇼핑 등 이마트의 중구난방식 전문점들을 정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마트는 최근 SSG닷컴과의 통합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 대표는 작년 말 임원 인사에서 SSG닷컴 대표를 겸임하자마자 이마트의 그로서리 분야 베테랑인 곽정우 전무와 이명근 상무를 각각 SSG닷컴의 운영본부장, 그로서리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장보기 영역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최근 행보는 월마트, 타깃 등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변화 방향과도 일치한다. 아마존의 공세에 2014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월마트는 2015년 ‘트랜스포메이션’이라 불리는 매장 공간 재창조에 나서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월마트의 작년 3분기(8~10월) 매출은 1347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5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2.5%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이마트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외형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대구에 있는 이마트 칠성점만 해도 반경 1㎞ 이내에 있는 롯데마트가 작년 말 영업을 종료했고, 홈플러스도 올해까지만 영업할 예정이어서 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마트 관계자는 “칠성점의 지난해 매출은 리뉴얼 효과에다 롯데마트 폐점으로 전년 대비 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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