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년. 이마트는 지난해 총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전체적으로 위기를 겪었던 것과 대조된다. 영업이익도 전년(2019년) 수준에서 방어했다. 이마트 주가는 1년 동안 배 이상으로 뛰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매장 리뉴얼에 반영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전국 9개 매장의 공간을 확 바꿨다. 그로서리(식품) 매대를 대폭 확장하고, 비식품 중 돈이 안 되는 패션은 과감히 축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구 칠성점의 경우 그로서리 매장을 200평 이상 확대했다”며 “채소와 과일 종류가 8%, 18%씩 늘고 가공식품 품목 수도 20%가량 더 진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새 단장한 9개 점포의 매출은 전년 대비 26.7% 늘었다. 방문객 수도 12.1% 증가했다. 특히 쇼핑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었다는 게 가장 눈에 띈다. 이마트 월계점이 고객들의 주차 시간(작년 6~9월)을 분석했더니 2시간 이상 머문 이들의 비중이 16.5%로 리뉴얼 이전인 1년 전보다 6.1%포인트 늘어났다.
이마트는 최근 SSG닷컴과의 통합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 대표는 작년 말 임원 인사에서 SSG닷컴 대표를 겸임하자마자 이마트의 그로서리 분야 베테랑인 곽정우 전무와 이명근 상무를 각각 SSG닷컴의 운영본부장, 그로서리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장보기 영역에서 온·오프라인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최근 행보는 월마트, 타깃 등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변화 방향과도 일치한다. 아마존의 공세에 2014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월마트는 2015년 ‘트랜스포메이션’이라 불리는 매장 공간 재창조에 나서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월마트의 작년 3분기(8~10월) 매출은 1347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5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2.5%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이마트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외형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대구에 있는 이마트 칠성점만 해도 반경 1㎞ 이내에 있는 롯데마트가 작년 말 영업을 종료했고, 홈플러스도 올해까지만 영업할 예정이어서 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마트 관계자는 “칠성점의 지난해 매출은 리뉴얼 효과에다 롯데마트 폐점으로 전년 대비 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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