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 11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화면이 확장되는 롤러블폰을 선보여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현재도 이 제품은 개발이 진행 중으로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롤러블폰을 제외한 다른 제품의 개발은 모두 중단된 상황이다. 올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예상됐던 ‘레인보우’(가칭)도 중단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MC사업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모든 개발 일정이 멈췄다”며 “매년 이맘때면 올해 상품전략(product roadmap·PRM)을 확정하느라 바쁜데 아직까지 조용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LG전자가 기술력을 상징할 수 있는 롤러블폰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MC사업본부 내 선행기술 관련 부서를 없애고 ODM 사업담당을 신설하는 등 외주 생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사업부 통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밝힌 만큼 인수 후보와 이미 협상을 상당히 진행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매각 가격과 고용승계, 시장 상황 등이 변수다. MC사업본부 인력은 성장세였던 2013년 한때 8000명에 달했지만 인력 전환배치 등으로 꾸준히 줄어 작년 9월 말 기준 3724명 수준으로 내려왔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 중남미 등의 공장과 지식재산권(IP) 등 자산을 지역별이나 자산 유형별로 부분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금까지 휴대폰 역사에선 매각이 대세였다. 2010년대 초반 노키아, 모토로라 등 유력 스마트폰 업체들이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으로 매각된 게 대표적이다. 팬택은 2015년 청산 위기에서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에 인수됐지만 결국 부활에 실패하고 명맥만 남았다.
이론적으로는 매각 대신 MC사업본부를 폐지하고 다른 사업본부 산하 사업부로 축소해 운영하는 시나리오도 열려 있다. 이 경우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스마트폰은 TV, 가전 등 LG전자의 다른 제품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 소니처럼 1년에 한두 개 주력 모델만 출시하는 방식으로 개발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승우/홍윤정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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