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없다"던 카카오 김범수, 가족에 1452억 주식 증여 왜?

입력 2021-01-21 13:29   수정 2021-01-21 13:31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자신이 보유한 자사 주식 33만주를 가족과 친인척에게 증여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19일 자사 주식 33만주를 부인과 두 자녀를 포함한 14명의 친인척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해당일 카카오 주가를 기준으로 33만주는 1452억원어치다. 김 의장은 부인과 두 자녀에게 각 6만주(264억원 상당)를, 그 외 다른 친인척에게는 각 4200~2만5000주를 나눠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번 주식 증여로 지분율이 기존 14.20%(1250만631주)에서 13.74%(1217만631주)로 0.46%포인트 줄었다. 그가 100%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가진 카카오 지분(11.22%)을 더하면 24.96%다. 김범수 의장의 지배력에는 큰 영향이 없는 상태다.

이번 증여로 김범수 의장 부인과 자녀들은 1995년 설립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카카오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개인 주주로는 각각 3대 주주에 오른 것이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통합법인으로 출범할 당시 김범수 의장의 처남 형인우 씨가 155만8469주(2.76%), 그의 부인 염혜윤 씨가 8만8664주(0.16%)를 보유해 각각 3·4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으나,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독립경영자와 분리친족를 사유로 지난해 초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됐다.

이를 제외하곤 거의 친인척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는 일은 없었다. 김범수 의장의 주식 증여도 사회복지단체 기부 목적 등으로만 이뤄져 왔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김범수 의장은 지인들에게 '자녀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평소 회사에서는 직원들도 김 의장을 '브라이언(Brian·영어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수평적 조직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김범수 의장은 재벌식 오너 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해왔다. 일반적으로 기업 대표는 대표이사 겸 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라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증여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증여로 김범수 의장이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범수 의장은 아직 50대 중반으로 젊은 대기업 총수에 속하지만, 자녀인 상빈 씨와 예빈씨가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이 가능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자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진 바 없지만, 2세 경영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측에선 "김 의장 개인적 일이라 회사 차원에서 설명할 내용은 없다"고만 밝혔다. 김 의장이 경영진에 지분 증여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과거 카카오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자신을 뒷바라지한 친인척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것도 확실치는 않다"고 했다.

김 의장은 유년시절 할머니를 포함해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생활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5남매 중 셋째인 김 의장 뒷바라지를 위해 누나 둘과 남동생·여동생은 모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 덕에 김 의장이 서울대(산업공학 학·석사)를 졸업하고 오늘날의 카카오를 일굴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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