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은 최성규 서울 성북경찰서장이 2017년부터 3년간 시카고총영사관 경찰영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미국 경찰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미국 경찰을 칭찬하거나 비판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제목 ‘총과 도넛’은 허리에 총을 차고 손에 항상 도넛과 커피를 들고 있는 미국 경찰을 상징하는 것이다. 미국 경찰은 야간근무 때 졸음을 방지하고 쉽게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어 도넛과 커피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미국 경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자치경찰이다. 미국은 주마다 각자의 법과 제도가 다르듯이 경찰도 각 단계의 자치정부가 따로 운영한다. 주, 카운티, 시마다 다른 제복을 입고 다른 경찰마크를 단 경찰관들이 근무한다. 경찰관이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면 소속 경찰서에 사표를 내고 새로운 도시의 경찰서에 새로 시험을 봐서 선발돼야 한다. 또한 대학, 공항, 강, 지하철 등 치안 환경의 특수성에 따라 특별경찰이 많이 있다.
모든 경찰서는 각각의 독립적인 지휘체계를 갖추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주경찰은 시경찰을 지원할 뿐 지휘감독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에 따라 경찰서 규모도 다르다. 3만6000명인 뉴욕경찰이 있는가 하면 경찰서장만 있는 1인 경찰서도 많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통을 바탕으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국의 특징을 경찰 시스템도 똑같이 지니고 있다.
미국 경찰의 문화 중 가장 생소한 것은 부업이다. 경찰관이 나이트클럽 앞에서 경비로 일한다든지 일요일에 교회 주차장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른 경찰서와의 경쟁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관은 복지와 근무 여건이 좋은 곳으로 몰리는데, 보수 조건이 안 좋은 경찰서는 부업에 대해 유연한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경찰이 현장에서 공권력을 강하게 행사할 수 있는 이유로 상대적 면책특권을 든다. 경찰의 재량 행위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닌 한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는다. 과도한 공권력 남용에 대한 통제는 미국 경찰이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공권력이 작동하는 모습을 통해 경찰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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