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 흐름을 딱 한 번 놓친 것이 쓰디쓴 후퇴로 이어졌다. 완전 철수는 아니며 ‘프리미엄 폰’의 유지가 유력하다지만 한국 기업사에 남을 만한 실패 사례다. 5조원의 누적손실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에 최근 사흘 새 주가가 33% 상승할 만큼 증시에선 환영 분위기지만 그래도 ‘눈물의 퇴각’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 대표기업 중 하나인 LG전자의 손절은 ‘재벌이 독과점을 구축하고 갑질로 돈을 쓸어담는다’는 일각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대기업은 근로자와 중소기업을 착취하며 ‘꽃길’만 걸어온 게 아니라 졸면 죽는 정글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 중인 게 냉엄한 현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30대 그룹 중 고작 11곳만 살아남았고 증시 ‘시가총액 톱10’ 중 20년간 버틴 기업이 삼성전자뿐이란 사실만 봐도 반기업 편견이 얼마나 깊은지 잘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과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한순간에 명멸이 교차하는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분투하는 기업을 지원하기는커녕 저성장도 양극화도 청년실업도 모두 재벌 탓이라는 단세포적 프레임을 점점 강화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대기업이 만악의 근원이자 적폐의 온상’이라는 듯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최강의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정작 독과점 구도를 형성해 국민에게 ‘차악(次惡)’의 선택을 강요하는 주역은 다름아닌 정치권과 정부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개혁’을 빙자해 탁상공론식 지배구조 개선 압박만 강요한다. 정답이 없는 지배구조를 문제삼으며 기업에 대한 장악력 확대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해외매출이 90%를 넘고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천동설과도 같은 낡은 기업관으로 ‘안방 대장’을 자처하며 기업 발목에 모래주머니 채우는 일부터 이젠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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