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매일 야근한다면서 귀가가 점점 늦어져요."
남편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느끼게 된 건 최근 한 입출금 내역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맞벌이 부부인 A 씨와 남편 B 씨는 생활비 계좌, 적금, 청약, 보험까지 함께 관리해 왔다.
A 씨는 한 금융사에서 운영하는 계좌 잔액 어플을 사용해 봤다. 생활비를 정리하려고 남편 계좌도 확인했다.
그런데 매월 15만 원가량을 누군가가 입금해 주면 남편은 60여만 원을 또 다른 계좌에 이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오피스텔 관리공단 계좌였다. A 씨는 내역을 보여주며 남편을 추궁했다.
"두 집 살림하는 거야? 이게 도대체 뭐야. 오피스텔은 뭐고. 사실대로 말해."
남편은 당황한 얼굴로 "아니 두 집 살림이라니. 날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이라며 화를 냈다.
남편은 "회사 동료 3명과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을 구했어. 유부남도 2명 있고, 결혼을 앞둔 총각 1명도 있어. 각자 집에서 게임하기 눈치 보이니까 오피스텔에 PC 4대 가져다 놓고 게임방 만든 거야"라고 해명했다.
4명의 남자들이 각자 용돈에서 각출해 월세를 부담했고, 보증금의 경우는 지난해 연말 성과금 금액을 속여 충당했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사실 재무팀에 요청해서 급여 계좌로 절반을 받고, 나머지 절반은 오피스텔 통장으로 받아서 4명 모두 똑같이 보증금 냈다"며 이실직고했다.
A 씨가 화난 이유는 남편의 거짓말 때문이다. 남편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회사가 불안정하고 업무가 바빠져서 계속 야근한다고 말 해왔기 때문이다.
A 씨는 "일하는 줄 알고 가만히 뒀다. 어째서인지 살이 자꾸 오르더라. 회사에서 야식 먹으며 일해서 그런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매일 2~3시간 게임하면서 집에 오면 피곤하다고 애 볼 생각도 안 하고 잠만 잔 것이었다"며 분노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야근하는 남편과 팀원들을 위해 틈틈이 배달 음식을 시켜주기도 했다. 회사는 오피스텔 5분 거리라, A 씨가 배달한 음식도 회사 앞에서 받아서 사진 찍고 오피스텔에 가져가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은 "악의적인 생각은 없었다"면서 "동료들끼리 스트레스 풀 곳이 필요했고, 딱 게임만 하려고 빌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은 방 빼면 돌려받을 수 있고, 월세도 내 용돈이었다"고 항변했다.
남편의 해명에도 A 씨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아이가 아파 병원을 가야 할 때도 남편은 야근 중이라고 생각해 연락도 하지 않았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가 돌아가면서 아이 돌보러 오실 때도 A 씨는 혼자 감사해야 했고 머리를 숙여야 했다.
A 씨는 "이렇게까지 된 상황에서 뭘 믿을 수 있겠냐"며 "아이도 있고, 임신한 와이프를 두고 게임이라니. 배신감이 너무 큰데 본인은 미안하다곤 하지만 들켜서 아쉬워하는 눈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네티즌들은 "아니 A 씨는 안 놀고 싶어서 퇴근하고 육아하고 집안일하냐", "과연 남자 네 명이서 오피스텔을 게임방으로만 썼을까"라며 분노했다.
그렇다면 아내 몰래 오피스텔 월세를 내고 있었던 남편의 행동, 이혼 사유가 될지 법률전문가 이인철 변호사에게 들어봤다.
그런데 남편은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부부는 동거의무와 협조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부부는 서로 모든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말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는 숨기거나 속이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여러 가지 사실에 대하여 기망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특별히 잘못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왜 사실대로 아내에게 말하지 않은 것일까요? 아내가 알면 반대하거나 숨기고 싶은 사실이 있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그 절차와 과정이 잘못되면 결국 그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례에서 아내가 끝까지 이혼을 주장한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혼을 먼저 고려하기 전에 부부간의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판단됩니다. 아내도 남편이 오죽했으면 그러한 행동까지 했을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고 남편도 다시는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더욱 가정에 충실하다면 이 부부는 이혼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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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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