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나이 논쟁에 불이 붙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을 지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거론하며 공직사회 노쇠화와 다양성 후퇴를 비판하자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100세 시대에 75세 장관이 왜 서러운가”라고 지적하면서다.
이재웅 전 대표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70세 국무총리(정세균), 70세 대통령 비서실장(유영민)에 이어 75세 외교부 장관(정의용)…”이라고 쓴 게 발단이 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때가 54세… 문재인 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비서실장은 임명 당시 51세… 그나마 있던 여성 장관 두 명(강경화·박영선)도 86세대 남성 장관 두 명으로 교체…”라면서 “왜 갈수록 다양성은 후퇴하고 노쇠화는 가속되는 걸까”라고 꼬집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도 “2006년 45세 오세훈 시장이, 2011년 보궐선거에서 55세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는데 이번 서울시장 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50대 후반~60대 초반의 그때 그 인물들이 재대결…”이라며 “공직자가 좀 더 젊어지고 다양성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재웅 전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좀 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젠더나 세대의 다양성은 정부 거버넌스에서도 성과에도 연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더 이상 과거의 오랜 경험이나 쌓아온 지식 혹은 나이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니까”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저보다도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맡긴다는 생각을 하니 서럽다”고도 했다.
70대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재웅 대표 글에 대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75세 외무장관이 왜 서러운가?’ 제하 글을 올려 “75세 장관이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을까”라면서 “장관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은 뒷전에 밀어놓고 나이만 문제 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어떻고 새로이 미국 대통령이 된 바이든(79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다. 그분들은 더 많은 나이로 대통령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재웅 전 대표는 22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금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젊고 다양한 사람들을 발탁해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일까. 젊은 세대에게 양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라며 “우리 사회가 다양성과 미래세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합의 안 돼 있는 걸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젊고 역동적이고 다양성을 유지해야 할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 다양성이 줄어들고 노쇠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에도 저렇게 난리인 기득권 세대를 보면서 젊은 미래세대가 느낄 답답함과 무력감은 어떨까 걱정이 든다”면서 “저도 답답하고 서럽지만, 젊은 세대를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거듭 역설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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