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여자친구뿐 아니라 여자친구의 10살 딸까지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탈북자 출신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신동헌)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강간 혐의를 받는 A씨(38)에게 원심과 같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과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10년간 취업을 제한했다.
A씨는 2019년 12월 대전 서구에 사는 피해자 B(37)씨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 아동 C양(11)에게 음료를 탄 소주를 마시게 했다. 이후 흉기를 가져와 "말을 듣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겠다"며 협박하고 성폭행 했다.
또 B씨를 침대로 넘어뜨리고 머리를 수차례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두르고 강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와 합의 후 성관계를 가졌고 집에 C양의 어린 동생들과 할머니가 함께 있어 범행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또 탈북 후 성실한 삶을 다짐했다며 범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C양에 대한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주변을 살필 정신이 없었던 점, 범행시간이 새벽 6시께여서 다른 가족들은 범행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는 점, C양이 피해를 당한 뒤 B씨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원심에서 살핀 범죄사실이 모두 성립한다면서도 원심의 형량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 같은 이유로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도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양의 피해를 살필 당시 별다른 상해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성폭행을 당한 뒤 몸을 씻었고 피해 4일 뒤에야 신체검사를 받았다"며 "A씨는 범행 당일 C양과 몇 분간 전화통화를 했다는 점을 유리한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A씨를 두려워하던 C양이 전화를 받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평소 C양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흉기로 상해를 입히겠다는 협박을 해왔고 C양을 폭행하려다 말리는 B씨를 때리기도 한 사실이 있다"며 "이 같은 사정을 모두 살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