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높아지는 ESS, 發火가 고민…불 안 나고 수명 긴 '흐름전지' 주목

입력 2021-01-22 17:27   수정 2021-01-23 02:30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ESS는 햇빛이 강한 낮 또는 바람이 세게 불 때 생산되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뽑아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기차에도 ESS가 활용된다.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기업이 세계 ESS 시장 선두주자다.

그러나 기업들은 화재 사고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왔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ESS는 리튬이온전지 기반이다. 리튬이온전지는 저장 용량이 높지만 발화 사고가 잦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불이 안 나는 흐름전지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차세대 ESS로 주목받고 있다. 양극과 음극에 쓰이는 바나듐 전해액의 산화·환원 반응으로 충전과 방전이 되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가 대표적이다. 이 흐름전지는 수명도 20년 이상으로 길다.

최근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22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이신근 책임연구원(사진 왼쪽) 연구팀은 바나듐 전해액 대량생산이 가능한 촉매반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가 널리 쓰이지 못한 것은 비싼 가격 때문이다. 가격의 절반가량은 전해액이 차지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전해액을 기존보다 약 40%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할 수 있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3.5가의 산화수를 가진 전해질을 이용한다. 양극에서는 5가로 산화되고, 음극에서는 2가로 환원되면서 발생하는 전위차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한다. 3.5가 전해질은 촉매반응 시스템으로 생산한다. 높은 효율의 촉매반응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촉매를 최소한으로 활용하면서 최대한의 반응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연구팀은 전해액의 산화를 방지하고 반응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질소를 활용한 공정을 도입했다. 촉매가 균일하지 못한 상태로 흐르는 현상을 방지하는 촉매 반응기도 독자 개발했다. 유기 연료전지의 촉매 기술을 참고해 잔류물이 남지 않는 환원제인 포름산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흔히 발생하는 반응 불균일 현상을 줄이기 위해 반응기도 특수하게 고안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3.5가의 전해액을 고순도로 시간당 40L씩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방식에 비해 시간당 생산 속도를 2.7배 높였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효율도 당초 목표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크기가 작아 부지시설 비용이 싸다는 것도 이 시스템의 장점이다.

연구팀은 50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반응기로 2500시간 동안 내구성을 검증했다. 생산한 전해액은 40㎾h급 바나듐 흐름전지에 넣어 효성중공업으로부터 성능 검증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바나듐 전해액 제조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할 계획이다. 이신근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대용량 촉매 반응기를 통해 전량 해외에 의존하던 바나듐 전해액을 국산화할 수 있게 됐다”며 “실험실 규모로 가능성을 확인한 원천기술을 대량생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실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으로 KAIST, 연세대, 이에스와 공동으로 이뤄졌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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