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오피스 빌딩 대출 규제로 '은행 압박'

입력 2021-01-22 17:31   수정 2021-01-23 01:44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지도부가 22일 5대 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해 ‘오피스빌딩 대출 자제’를 거론하자 금융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이어지면 시장 왜곡 등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의 상업용(비주거용) 부동산 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주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비롯해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부동산 금융업계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은행권에선 여당이 금융당국에 은행이 오피스빌딩에 대한 대출을 적극 모니터링해달라고 언급한 것을 특히 우려한다. 주택 시장에 대한 각종 대출 규제와 마찬가지로 빌딩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모니터링만으로도 은행들은 오피스빌딩 관련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며 “빌딩 투자 시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드는 등 영향도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과 5대 금융지주회장 간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부동산 버블 우려가 심해지자 주요 도시에서 은행이 취급하는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를 도입했다. 국내에도 중국과 같은 초강력 부동산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 관계자는 “당장 은행이 소비자에게 받은 예금을 운용하는 데 또 다른 제약조건이 붙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현재 오피스빌딩, 마트, 물류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 60% 전후의 대출을 내주고 있다. 부동산의 종류와 위치, 투자자의 신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얼마나 대출을 내줄지 정하고, 금리도 책정하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새 규제가 생긴다면 후폭풍은 은행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부동산전문 운용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에 대출 가이드라인이 새로 마련된다면 오피스 빌딩에 투입되던 자금이 다른 데로 튀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며 “은행 대출이 안 된다면 보험사와 2금융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것이고, 오피스 빌딩을 조인다면 리스크가 더 큰 물류창고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빌딩 대신 한국판 뉴딜에 돈을 쓰라’는 취지가 시장에서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의미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기금과 공제회, 은행이 참여하는 부동산 금융시장이 발달하기 전 강남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빌딩) 등이 해외 자본에 팔려 막대한 돈을 벌어간 전례가 있다”며 “알짜 매물을 외국인에게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여수신 정책에 정부의 개입과 간섭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회의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마다 리스크 관리를 강하게 하고 있고, 부동산 부문 익스포저(비중)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김 회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이 참석했다. 금융계 참석자들은 △스타트업 투자 시 위험가중자산(RWA) 기준 완화 △기업 지분 장기 보유 시 세제 혜택 △그린 뉴딜 관련 투자 심사 패스트트랙(절차 간소화) 등을 건의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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