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남긴 손편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선 결과에 끝까지 불복한 뒤 취임식에도 불참한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에는 전임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격려와 당부를 담은 편지를 남기는 전통이 있다.
22일 허프포스트와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이 “트럼프가 매우 관대한 편지(a very generous letter)를 남겼지만 사적인(private) 내용이어서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트럼프가 손편지에서조차 “내가 크게 이겼다”(I won the election bigly) 등을 썼을 것이란 내용이 많다. 사면 요청부터 변기 사용법에 대한 조언까지 담았을 것이란 ‘조롱성 내용’도 적지 않다. 앞서 트럼프는 백악관을 비워주기 직전 세금 탈루 등 자신의 잠재적 범법 행위에 대해 ‘셀프 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어떤 식으로든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후임자였던 빌 클린턴에게 “당신의 성공이 우리나라의 성공”이란 식의 통합적 내용은 들어있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트럼프 측 관계자는 “총 45~46개 단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의 손편지 내용은 당분간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선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말 클린턴에 패배한 뒤 이듬해 초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손편지를 남겨 “4년 전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경이로움과 존경심을 가졌다. 당신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다. 당신의 성공이 곧 미국의 성공이다.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행운을 빈다.”고 썼다.
클린턴 역시 8년 후 물러나면서 조지 H W 부시의 아들인 조지 W 부시를 향해 “오늘부터 당신이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다. 성공과 행복을 빈다.”는 편지를 남겼다.
부시 W 대통령은 또 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판 받고 힘든 순간이 오겠지만 용기를 잃지 말라. 서로 정당이 달라도 당신을 지지한다.”고 썼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을 떠나 플로리자 자택으로 향하는 순간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마이 웨이’(my way)가 울려 퍼졌다. 이 장면은 미국 방송사들을 거쳐 전국에 생중계됐다.
트럼프는 전날 송별회에서도 백악관 참모들이 준비한 고별 연설문을 읽지 않고 “어떻게든 돌아오겠다”는 내용의 즉석 연설을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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