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일반회계기준(GAAP)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약 22조원(199억7800만달러)과 6조4800억원(58억84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1.1%, 13.4%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텔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85조7300억원(778억6700만달러)과 26조700억원(236억78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8.2%, 7.4% 오른 수치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PC 판매량 증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매출액은 전년 대비 7.8% 오른 약 44조1000억원이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0.5% 축소된 약 16조6600억원(151억29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데이터센터그룹(DCG)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25조3800억원(230억5600만달러)와 11조6400억원(105억7100만달러)다. 2019년보다 각각 7.5%와 3.4% 올랐다.
비휘발성메모리솔루션그룹(NSG)의 매출액은 전년 보다 22.8% 증가한 약 5조9000억원(53억5800만달러)였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사물인터넷(IoT) 부문은 부진했다. 이 사업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4%, 45.0% 감소한 약 4조3800억원(39억7400만달러)와 약 8100억원(7억3800만달러)이었다.
인텔은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전화회의(컨퍼런스 콜)에서 반도체 생산 외부 파운드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텔은 그간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 동시에 해왔다.
팻 겔싱어 인텔 신임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인텔은 공장에서 제조의 대부분을 유지하면서 현재보다 더 많은 외부 시설을 사용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의 폭을 감안할 때 인텔이 제공하는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해 외부 파운드리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인텔의 파운드리 확대 시사는 중앙처리장치(CPU) 경쟁사인 AMD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최첨단 반도체 구현에 필수적인 초미세공정 등 반도체 기술이 삼성전자, TSMC와 같은 경쟁사에 밀린다는 지적을 받으며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 7나노미터(nm) 공정으로의 전환이 수차례 연기되자 지난해 말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는 인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달 밥 스완 CEO가 물러나고 클루우딩컴퓨팅 전문의 겔싱어 신임 CEO가 새로 영입된 이유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텔은 향후에도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겔싱어 신임 CEO는 지난주 인텔의 제조 운영 등을 총검토했다며 "인텔은 7nm 공정이 안고 있던 문제점을 회복했고, 오는 2023년 출시되는 대부분 7nm 프로세서 신제품은 거의 내부적으로 제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텔은 고객이 차세대 혁신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설계 및 제조 능력과 규모를 갖춘 유일한 반도체 회사"라며 "현재는 인텔의 7nm 공정 기술에 대한 진전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오는 2023년 출시 예정인 7nm 프로세서 제조 계획 관련 상세 내용을 다음달 15일 이후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컨퍼런스 콜에 함께 참여한 스완 CEO 역시 "인텔은 지난 6개월간 7nm 공정을 회복하는 데 전념해 오는 2023년으로 예정된 일정에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텔이 이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TSMC가 인텔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위탁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PC 메인보드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셋 생산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미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S2' 공장에서 생산한다.
밥 스완 CEO는 외부 파운드리 운용에 대해 "(본인이) CEO에 정식으로 취임한 후 더 자세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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