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가 혼란의 시기를 겪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4일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한 최종협상을 타결했다. 이로써 1973년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7년 동안 이어졌던 유럽과의 결합관계를 끝맺게 됐다. 2016년 6월 영국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4년6개월 만에 EU와 완전히 결별했다. 영국은 왜 경제적 측면에서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는 EU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일까?
보호무역주의 대두에 따른 브렉시트
영국의 브렉시트 과정을 국제정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던 시기로 그는 당선 이후 이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보호무역주의란 국가가 외국과의 무역에 보호관세를 부과하여 외국 상품의 국내 수입을 억제하고, 국내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도모하는 무역정책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관세뿐만 아니라 행정적 규제를 통해서도 특정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자유무역이 퇴보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근린궁핍화’ 무역정책을 지속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또한 이런 흐름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EU는 ‘경제동맹’에 해당하기에 여기에 속한 회원국 사이에는 재정·금융 등 각종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U에 소속되면서 이에 따른 제도와 규제를 따라야 했기에 영국으로서는 족쇄와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경제통합의 5개 유형
이때 EU와 같은 ‘경제동맹’은 경제통합의 유형에서 네 번째에 해당한다. 경제통합은 통합의 정도에 따라 자유무역협정, 관세동맹, 공동시장, 경제동맹, 완전경제통합의 5개 유형으로 나뉜다. ‘자유무역협정(FTA)’은 회원국 간에는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철폐하고, 비회원국에 대해서는 각국이 독자적인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유지하는 형태다. ‘관세동맹’은 자유무역협정에서 더 나아가 비회원국에 대해서도 공동의 관세정책을 시행한다. ‘공동시장’은 회원국 사이에서 생산요소(노동·자본)의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이 추가된다. ‘경제동맹’은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뿐만 아니라 회원국 간 재정·금융 등의 정책에 유기적인 협조와 조정을 추구한다. EU가 대표적인 경제동맹의 형태다. 이것에서 더 나아가면 ‘완전경제통합’이다. 이는 회원국 간의 경제정책을 통일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의 주권으로부터 독립한 초국가적인 기관이 경제정책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EU 또한 최종적으로는 완전경제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합종연횡의 국제정세
하지만 영국은 이런 경제통합을 거부했다. EU의 획일적인 규제가 영국의 독자적인 국가 기능을 침해한다고 느낀 영국인들은 ‘브렉시트’를 택했다. 영국은 EU와 무관세를 적용하는 상품의 수량에 제한이 없는 FTA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경제통합 수준을 따지면 ‘자유무역지역’으로 낮아졌다. 향후 영국은 개별 국가 간 FTA를 체결하는 무역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1월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등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됐고,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은 자국우선주의를 토대로 자국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면서 동시에 경제블록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이합집산의 국제정세를 보여준다. 한국 또한 엄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