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대책의 주요 내용으로 거론되고 있는 ‘신용대출 원금 분할상환’을 연소득을 뛰어넘는 고액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출시장 혼란을 우려해 ‘1억원 이상 모든 대출에 적용한다’는 식의 일률적 기준은 정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신용대출 문턱이 지금보다는 높아진다는 점이다. 은행 창구에선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막차 수요’가 들썩이면서 올 들어 개설된 마이너스통장만 3만 계좌(21일 기준)를 넘어섰다.
금융위는 지난 19일 발표한 신년 업무계획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신용대출에 원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하지만 신용대출은 이자만 내며 만기를 계속 연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으론 신용대출도 원리금을 함께 갚도록 바꿔서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최대 한도로 받는 대출)로 주식·부동산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할상환 적용 기준을 대출금액으로 일괄적으로 정할 수는 없고 소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금액이 소득과 견줘봤을 때 감당 가능한 규모라면 한꺼번에 갚든 나눠서 갚든 상관 없지만, 소득보다 과하게 빌렸다면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인식이다.
가계부채 대책의 또 다른 핵심은 금융회사 단위로 관리하고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인 단위로 적용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쓰는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단계적으로 DSR로 대체한다는 게 금융위의 구상이다.
DSR은 담보·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대출의 1년치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지금은 은행별로 평균 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개인별 DSR은 40%를 넘겨도 된다. 이것을 1인당 DSR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일괄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아둔 사람은 신용대출 한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여기에 고액 신용대출의 원금 분할상환까지 도입되면 DSR의 분자가 커지는 만큼 개인별 DSR은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마이너스통장을 뚫어두려는 사람이 최근 많이 늘었다”며 “금융위가 고액 신용대출의 분할상환 의무화 적용 대상에서 마이너스통장은 제외한다고 하자 신규 개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은 당국이 제시한 관리 목표치(월 최대 2조원 증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과 잔액은 늘고 있지만, 신규 대출의 한도 자체가 줄어 전체적으로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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