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기업의 한 거주용 건물 주민 모임이 건물 이름에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동부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트럼프 팰리스'는 건물 이름에서 트럼프 이름을 뺄 수 있는지 검토에 나섰다.
트럼프 팰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발한 55층 높이 콘도 건물이다.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기업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이 건물을 운영한다.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에 따르면 일대 부촌으로 이름난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전에도 트럼프 이름이 붙은 건물 주민이나 임차인들이 건물 이름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한 사례가 여럿 있다. 뉴욕 어퍼웨스트에 있는 건물 여럿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이래 건물명에서 트럼프 이름을 뺐다.
뉴욕 허드슨스퀘어에 있는 46층 높이 고급 호텔 '트럼프 소호'는 2017년 이름을 '더 도미닉'으로 바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약 11개월만이었다.
브랜딩 컨설팅기업 입소스스트라테지3 관계자는 "사업상 호텔에 머무는 이들은 비용 청구 내역에서 정치적인 인상을 보이길 원치 않는다"며 "호텔 입장에선 정계 인사의 이름이 붙은게 영업에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팰리스 인근 트럼프 플라자도 건물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의 부동산 변호사 아담 리드먼 베일리는 "트럼프 이름이 붙은 거의 모든 건물에서 개명 가능성이 있는지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뉴욕 부동산은 결국 돈으로 귀결되는데, 빌딩에 트럼프 이름을 붙여두면 건물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전문가 에릭 쉬퍼는 "주택 소유자든 임차인이든 모두 트럼프와 연계된 것처럼 보이길 원치않는다"며 "향후 거래 등 자신의 투자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 지지자들이 사상 초유의 미 의회 난입 사건을 벌인 이후 각계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도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이전 부동산 개발자로 유명했다. 트럼프 타워를 비롯해 뉴욕 곳곳에 많은 거주·상업용 빌딩을 가지고 있다. 뉴욕에 있는 거주용 건물만 14곳에 달한다.
일각에선 주민들의 '건물 개명 요구'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플라자에서 거주했고 현재 트럼프 팰리스에 거주 중인 마이클 슈먼은 블룸버그통신에 "주민들이 건물 이름을 바꾸겠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그들의 집세도 트럼프 일가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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