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문구업계 '온택트'로 활로 모색

입력 2021-01-24 17:10   수정 2021-01-25 00:36

문구기업 모나미는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 온라인 수채화 공모전을 기획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집합금지로 평소처럼 소비자 접점 기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모나미 수성펜으로 그린 그림을 촬영한 사진을 출품하는 공모전에 예상을 크게 웃도는 2500여 점의 작품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모나미 관계자는 “장기화된 ‘집콕 생활’을 즐겁고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에 예상을 넘는 소비자들이 몰렸다”며 “올해엔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구업계가 코로나발(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이 얼어붙으면서 온택트(ontact·온라인 대면)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온택트란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을 말한다.

모닝글로리는 지난해 SNS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자사몰은 물론 쿠팡 같은 오픈마켓을 통해 온라인으로 팔릴 수 있는 제품군 확대에 힘을 쏟았다. 코로나발 등교 중단이 잇따르고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전국 오프라인 유통망이 힘을 쓰지 못해서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평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쳐 연간 15만 권 안팎 판매되는 모닝글로리 대표 상품인 ‘톤앤모드’ 노트 시리즈가 26만7000여 권 팔려나갔다.

덕분에 지난해 모닝글로리 전체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78.3% 증가했다. 이런 결과에 고무된 모닝글로리는 최근 배달의민족 B마트에 새롭게 입점하는 등 채널을 확장하고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해 들어서도 SNS와 자사몰을 연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오픈마켓을 겨냥한 묶음 세트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온택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여러 기업 복지몰 입점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나미는 취미 플랫폼 업체 하비풀과 손잡고 자사 제품과 온라인 영상 수업을 결합해 판매하는 실험에 나섰다. 캘리그라피(손글씨 예술) 등 여러 분야 유명 작가가 진행하는 3시간 분량의 드로잉 수업, 소품 꾸미기 등 집콕 아이템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영상 수업 상품을 구매하면 언제든 반복해서 영상을 보고 전문가를 따라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콘텐츠다.

콘텐츠를 강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도 확대했다. 자사 쇼핑몰 모나미몰에 리빙앤라이프, 기프트 등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등 문구 이외 상품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모나미는 “문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국내 1위 다이어리 업체 양지사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소피스’ 제품군을 확대했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젊은 감각의 기업들을 겨냥해 제품 라인업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가 반려동물 다이어리 브랜드 ‘반다’를 내놓은 것도 코로나 시대에 돌파구를 찾기 위한 행보다.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유통 채널인 편의점 GS25와 손잡고 지난달부터 전국 GS25 매장에서 반다를 판매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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