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중심축이 남쪽으로 내려온다

입력 2021-01-24 17:49   수정 2021-01-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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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산하이관 너머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말이 통용됐다. 산하이관은 허베이성 북동쪽에 있는 만리장성 동쪽 끝 관문이다. 산하이관 너머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은 척박한 곳인 만큼 여기에 돈 묻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말이 “남송 너머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말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경제의 중심이 쓰촨성과 충칭, 후베이성, 안후이성, 장쑤성을 포함한 ‘남부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이 남부 지역이 과거 남송이 지배했던 영토와 비슷하다.

24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남부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년 전보다 5%포인트 증가한 규모다. 중국 경제가 건설 중심에서 소비와 서비스 분야로 이동하면서 북부 지역의 GDP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북부 지역에 밀집한 대형 철강사와 화학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북부 지역이 남쪽보다 계획경제에 더 치우쳐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 기업 애널리스트는 최근 북부 도시 톈진의 한 관리에게 ‘국영기업의 채무불이행을 더 많이 허용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자 “시장주의적인 해법은 남부 지역에서나 잘 통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중국에 건설 열풍이 일었던 2013년만 해도 북쪽 지방은 GDP의 66%를 도로, 공장 등 인프라에 쏟아부었다. 남부 지방에선 그 비중이 51%에 그쳤다.

남부 지역에 있는 지방정부는 시장 간섭을 덜 하는 편이다. 상하이와 선전을 중심으로 테크 스타트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무역 활동도 활발해 스마트폰, 가구, 스판덱스 등이 이곳에서 생산돼 세계 곳곳으로 수출된다. 지난해 남부 지역의 GDP 대비 경상흑자는 7%에 달했다. 반면 북부 지역은 2% 적자를 기록했다.

북부 지역이 남쪽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다는 점도 두 지역의 격차를 벌리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중국 철강 생산량의 25%를 담당하는 허베이성 주민 수백만 명은 최근까지 강한 봉쇄 조치를 적용받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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