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안이 발의되자마자 전방위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용 퍼주기’란 비판은 물론 위헌, 반시장정책, 통화정책 독립성 침해 등의 지적까지 제기된다. 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자유시장경제 원칙이 뒤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급입법으로 재산권 침해’ 논란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대표발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자영업 손실보상법)’은 자영업 임대료를 강제로 소급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법안은 임대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행정명령을 받은 임차인에 대해 집합금지 업종은 해당 기간 임대료의 30%, 영업제한 업종은 15%를 의무적으로 인하하도록 했다. 특히 이 조항을 법이 공포되기 이전에 받은 임대료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도록 했다. 앞서 같은 당 이동주 의원도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일명 ‘임대료 멈춤법’)을 내놨지만 이 법안에는 기존 임대료에 대한 소급 적용 내용은 없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2월 임시국회를 목표로 자영업 손실보상법 추진을 서두르겠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생존법이 오직 각자도생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안과 관련해 임대인 등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위헌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도록 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 의원실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국가 행정명령으로 손실을 보는데 임대인들은 아무 손실도 보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법안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취지에도 맞다”고 주장했다.
한은·국가신용도 동반 추락 우려
자영업 손실보상법은 집합금지 업종의 경우 코로나19 손실 매출의 70% 범위에서, 그 외 업종은 50~6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보상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재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한국은행이 이를 의무적으로 인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성케 했다. 이른바 ‘정부 부채의 화폐화’다.이 같은 방식은 한은의 발권력이 직접적으로 부채로 전환된다는 측면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국채를 인수할 수밖에 없다”며 “인수 규모에 따라 한은과 대한민국 국가신용도가 함께 추락해 외환위기가 올 우려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는 손실보상을 위한 사회적 연대기금 조성 방안도 담겼다. 정부 재정뿐만 아니라 민간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자발적 기부’를 내걸고 있지만 결국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기업 팔 비틀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기부금을 자발적이면서도 어떻게 충분히 걷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원대상 선정도 형평성 논란 일 듯
자영업 손실보상법은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지원 대상을 따로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원 대상을 1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제한하면 15인 이상 사업장에서 불만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손실 매출을 보상기준으로 삼은 것도 논란이다. 인력 등을 구조조정한 사업장은 고정비용이 줄어 과다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민 의원실 관계자는 “지원 대상은 정부에서 세밀히 따져 형평성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대규모로 구조조정을 한 사례가 드물어 과다 지원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김소현/임도원/김익환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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