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은마사거리 대치동 학원가(사진)의 한 빌딩 2~4층을 임차한 A학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학원의 대강의실에는 10명 남짓한 학생이 자리에 앉아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이 빌딩의 3.3㎡당 임대료는 17만~18만원 수준. 1개 층의 한 달 임대료만 1500만원에 달한다. 이 학원 관계자는 “겨울방학은 대치동 학원가가 특수를 누리는 기간이지만 코로나19 확산 탓에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면서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는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은마아파트, 분당선 한티역을 따라 넓게 형성돼 있다. 자타공인 한국의 ‘사교육 1번지’로 불린다. 특히 겨울방학이면 지방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학생들이 학원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와 ‘대전족(대치동 전세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권리금이 하락하는 등 이곳 부동산 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사거리에서 한티역 방향 학원상권 이면에 있는 전용 32㎡ 상가(1층)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5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권리금을 기존 3000만원에서 ‘0원’으로 내렸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C공인 관계자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권리금 없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대치동 권리금 시세가 평균 3000만원에서 1000만원대로 줄었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대치1동의 3.3㎡당 평균 임대료는 2018년 3분기 15만2620원에서 2019년 3분기 21만5768원으로 상승한 뒤 2020년 3분기에는 18만7687원으로 하락했다. 대치2동 역시 2019년 3분기 15만1013원에서 2020년 3분기 14만9244원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코로나 여파로 대치동을 비롯한 서울 목동, 중계동 등 학원상권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치동 역시 직격탄을 맞았지만, 회복 속도는 가장 빠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종필 상가레이더연구소 대표는 “대치동은 주변에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278가구) 대치SK뷰(239가구) 은마(4424가구) 등 대단지가 많고 선호도가 가장 놓은 학원가이기 때문에 집합제한만 풀리면 가장 먼저 학생들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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