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사전 화상회의 첫날 기조연설에서 “각국은 고유한 문화와 사회 체제가 있고, 누구도 다른 나라에 이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사실상 ‘중국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 '다자주의 협력' 수차례 언급했지만
시 주석은 25일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다보스포럼 사전 화상회의 첫날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연설 초반엔 다자주의 관련 언급을 여러번 했다. 시 주석은 "세계 각국은 방역·보건 부문에서 협력을 늘려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는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회복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백신 개발과 생산, 유통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전 세계인이 백신을 보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방역 노하우를 공유하고, 준비가 덜 된 국가와 지역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중국은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경제를 더 개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세계화 방향을 뒤집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각종 문제의 해결책은 다자주의"라며 "세계 각국은 거시경제 정책에서 협력하고, 무역·투자·기술교류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나라끼리 사회제도 강요 말라" 강조
이날 시 주석은 중국 외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간섭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강조했다. 그는 "각 나라마다 고유의 역사, 문화, 사회체제가 있고,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지 않다"며 "한 나라의 사회 체계가 그 나라의 특정 상황에 맞는지, 국민들이 지지하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평화 공존과 상호이익, 상생협력의 길을 가기 위해선 '이념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이어 "차이는 두려워할 것이 아니지만 오만, 편견, 적대시 등은 두려워해야 한다"며 "누구도 역사·문화나 사회제도를 다른 나라에 강요해선 안된다"고 했다."몇몇 나라가 모여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는 것은 세상을 대립으로 몰아넣을 뿐"이라고도 했다.
이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로부터 정권을 이임받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등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 등을 놓고 중국과 대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서방의 비판과 무관하게 독자 노선을 계속 갈 것이라는 것을 시사했다"며 "4년전 다보스 연설보다도 더 방어적인 어조로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도 노선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 트럼프 재임 당시엔 다보스포럼 불참…이번엔 바이든이 불참
시 주석은 2017년 이후 4년만에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엔 아예 다보스 포럼에 나오지 않은 셈이다. 2017년 다보스포럼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을 앞두고 있어 미 정상 자격으로 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다보스포럼 사전 화상회의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시 주석,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 한중일 정상 등 세계 정상 25명이 참석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그 대신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 기후특사가 연설을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세계 정세에 대해 논하는 '다보스 대화'를 이날부터 닷새간 온라인으로 연다. 연례 다보스포럼에 앞선 사전행사 격이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다. 각국 국가 수반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 학계 전문가 등 약 3000명이 모여 세계 경제 발전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국제 행사로 유명하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본 포럼이 오는 5월25~28일로 연기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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