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정량화하는 국산 의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 영상진단 소프트웨어로가 미FDA 허가 관문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노영 가천대길병원 교수팀은 휴런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자동으로 정량화하는 소프트웨어(Veuron-Brain-pAb)를 개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노 교수팀은 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휴런에 이전했다. 휴런은 이를 제품화해 지난 15일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노 교수팀은 2015년 10월 국내 처음 임상연구를 위한 플루트메타몰(F-18 Flutemetamol, FLUTE) PET 검사를 시작했다.
개인의 PET 영상을 정량화시키는 표준섭취계수율(SUVR)을 자동 계산토록 한 게 이번에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됐다. 자기공명영상(MRI)을 결합해 정확한 뇌 위치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베타 아밀로이드 영역을 분석해 치매 진단이나 임상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치매 진단을 위해 PET 뇌 영상 검사가 사용되지만 그동안 진단을 위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었다. 숙련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위험도를 평가해왔다. 노 교수는 이런 과정을 정량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숙련도가 높지 않은 의료진이 보더라도 위험도가 어느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뿐 아니라 또 다른 치매 단백질로 불리는 타우 PET, 포도당 PET, 도파민 PET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노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지원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신동훈 가천대길병원 교수가 창업한 휴런과도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들은 미국 의료기관에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신동훈 휴런 대표는 "휴런을 통해 FDA 승인과 동시에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치매 진행과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진단과 임상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약사와 협력해 치매 신약개발 성공률도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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