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성추행 후에도 "사회 성적 권력 여성에게 불리"

입력 2021-01-25 11:57   수정 2021-01-25 12:32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5일 같은 당 정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대표직을 사퇴한 가운데 사퇴 직전까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의 성적 권력 구성 여성에게 불리"
김종철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에 대해 "혹여라도 이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나 여성에 대한 폭력, 성폭력에 반대되는 그런 것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쓰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종철 대표가 15일 성추행을 저지른 후 5일 만에 이같은 발언을 남긴 것이다.

'알페스'는 RPS(Real Person Slash)를 남성 아이돌 등 남성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성적 묘사를 하는 창작물 등을 뜻한다. 일부 알페스가 미성년을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김종철 대표는 이날 기자로부터 알페스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곤혹스럽다는 듯 "알페스에 대해 듣기는 했으나 솔직히 잘 알고 있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알페스에서 그렇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사회의 성적 권력 구성은 여성에게 불리하게 조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폭력 피해자의 압도적 다수는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알페스가) 여성 혐오나 성폭력에 반대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알리바이처럼 돼선 안 된다"며 "성폭력으로 여성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쓰여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알페스가 '페미니즘'에 비판적 성향을 갖는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공론화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앞서 김종철 대표는 이날 성추행 사건으로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피해자는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이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며 "가해자인 김종철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김종철 대표는 당을 통해 밝힌 입장문을 통해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지금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가 힘들다. 향후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저의 성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피해자는 물론, 정의당에 애정을 가져주셨던 수많은 분들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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