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수백명씩"…방역 손놓은 '사각지대' 종교교육시설

입력 2021-01-25 16:29   수정 2021-01-25 16:29


방역·관리 사각지대인 종교 단체 소속 교육기관에서 연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확진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명 한방에서 생활하고, 마스크도 잘 착용 안해"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IM선교회에서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인 대전 IEM국제학교에서 전날 학생 116명과 교직원 11명 등 모두 12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학생만 놓고 보면 전체 학생의 96.7%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밀집·밀접·밀폐된 '3밀' 조건에서 기숙사 내 집단생활을 하고, 숙식과 수업 등 일상생활을 공유한 것이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번진 요인으로 풀이된다.

IEM국제학교 학생 120명은 지난 4일부터 15일 사이 대전 중구 대흥동 IM선교회 건물 3∼5층 기숙사에 입소해 생활해 왔다. 기숙사 방마다 최소 7명, 최대 20명까지 배정돼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 식당에는 좌석별 칸막이도 설치되지 않았고, 일부 층은 샤워시설과 화장실 등을 공동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대응도 허술했다. IEM국제학교는 지난 12일 첫 증상자가 발생했지만 선제적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주말을 맞아 증세가 있어 전남 순천과 경북 포항 집에 갔던 학생 2명이 24일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시설 첫 증상자인 경남에서 입소한 학생이 기침, 가래, 두통 등의 증세를 보였음에도 추가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코로나 관리·감독 감시망 없었다…사각지대 '위험'
종교단체 소속 비인가 시설이란 이유로 교육청의 관리·감독과 방역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던 상황. IEM국제학교는 학원과 종교, 기숙 시설이 함께 있는 구조지만 학교도 학원도 아닌 비인가 시설로 분류된다. 학교라면 교육청에 등록돼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이, 학원이라면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한 번 문제가 터지면 수백명 단위로 감염자가 속출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방역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셈이다.

실제로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또 다른 비인가 교육시설인 광주 TCS에이스국제학교에서도 지난 23일부터 확진자 23명이 연이어 발생했다. 확진자는 이 학교 교사와 학생, 교사가 접촉한 인물들이다. 이들도 1층 학교, 2층 교회, 3층 주거 공간에서 예배와 공부, 숙식 등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대전 IEM국제학교·광주 TCS에이스국제학교 집단 감염이 '제2의 신천지' 또는 '제 2의 BTJ열방센터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대안학교 기숙 시설 점검을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집단감염이 발생한) 기숙형 대안학교가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운영됐기 때문에 엄중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역학조사 역량을 최대한 투입해 이른 시간 내에 방역망을 펼쳐 추가 확산을 차단해달라"고 지시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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