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내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정기 채용을 전면 폐지하고 전원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전날 인사 실무자 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해 왔고 내년에는 정기 채용을 아예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내년부터 전면 수시채용을 도입하게 되면서 주요 그룹 가운데 삼성, 포스코, 농협, 신세계,CJ 등만 대졸 정기 채용을 지속하게 됐다. 하지만, 수시채용을 도입한 기업들도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해 3월과 9월에 채용을 많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취업사이트 인크루트가 국내기업 705곳을 대상으로 '올해 대졸 신입 채용 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공채를 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년만에 20%P나 줄어 30.1%로 뚝 떨어졌다. 이에비해 2019년 설문조사 당시 30.7%에 머물렀던 수시채용 비율은 49.9%까지 올랐다. 채용형 인턴을 통해 뽑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20.0%에 달한다.
SK그룹은 앞서 2019년까지는 전국을 순회하면 대규모 채용박람회 'SK커리어스페어'를 열었다. 지난해는 4월과 9월 각각 6개사(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브로드밴드,SK매직,SK C&C)가 상하반기 두차례 정기채용을 진행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수시채용으로 인력을 충원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SK C&C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오프라인 필기시험인 SKCT(SK종합적성검사)를 진행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채용 방식이 변하는 것일 뿐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 전체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대략 예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계열사들도 수시채용을 도입했지만,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정기공채와 비슷한 시기인 3월과 9월에 채용공고를 올리는 추세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지난해 9월 신입채용을 진행했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은 "구직자들에게 익숙한 기업들은 수시채용을 해도 지원자들이 몰리겠지만 B2B(기업간 거래)기업들이 수시채용을 하면 지원자 모집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매년 두차례 실시하던 정기 채용을 작년부터 폐지했다.대신 신입사원은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LG채용의 특징은 계열사 또는 사업본부 자체 채용, 4주 인턴십 그리고 온라인 인적성검사로 요약된다. 채용전형은 각 사별로 필요에 맞게 달라진다. 가령, LG전자 CFO부분 지난해 채용의 경우 △온라인 인적성검사 △온라인 1차면접 △건강검진 △온라인 영어면접 △최종 임원면접 △합격자 발표 △합격자 오리엔테이션 △인턴십 △최종입사로 진행했다. KT도 지난해부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인턴채용으로 전환했다. 다만, 수시채용을 도입한 한화,GS 등은 지난해 채용 수요가 몰리는 9~10월께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했다.
포스코와 CJ는 지난해 상하반기 두차례 정기채용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농협, 신세계,LS는 지난해 하반기 대졸 정기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뽑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수시채용은 갈수록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선발하려다 보면 비용도 많이 들고 소위 말하는 스펙 위주로 검증할 수밖에 없어 유능한 인재를 적시에 선발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러한 이유로 수시채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정기채용과 수시채용을 혼합한 '투트랙 방식'이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전통적인 채용시즌인 3월,9월에 채용공고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2월 대학 졸업자 가운데 우수인재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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