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노조 '기본임금 인상분' 비공개…혼다는 인상 요구 않기로

입력 2021-01-26 15:01   수정 2021-01-27 05:50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도요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춘투)에서 모든 직원의 급여를 일률적으로 올리는 기본임금 인상분(베이스업)을 얼마나 요구할 지 따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도요타의 '베이스업'은 일본 제조업계 임금협상의 기준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체 춘투의 양상을 바꿔놓을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노조 집행부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1인당 월평균 9200엔(약 9만7937원)의 임금인상을 회사측에 요구하기로 확정하고 7만여명에 달하는 조합원에 공지했다. 지난해보다 900엔 낮아진 금액이다. 연간 보너스도 기본급의 6개월분으로 작년보다 0.5개월치 낮춰 요구하기로 했다.

도요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액은 2015년 1만3300엔을 정점으로 하향세다. ‘CASE(커넥티비티·자율주행·차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차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환경이 악화된 점을 반영했다.

지난해는 노조가 1만100엔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도요타 임금은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맞서면서 8600엔 오르는데 그쳤다. 기본임금 인상분은 '제로(0)'였다.

노동계는 도요타의 인상요구액이 1만엔선을 밑돈 것보다 '베이스업'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데 더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근로자 임금은 매년 정기승급(호봉)과 업종별 노사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베이스업을 합쳐서 정해진다.

노조 또한 임금협상에 앞서 호봉과 베이스업, 보너스 등 항목별로 인상액을 요구해 왔다. 도요타 노조는 이러한 관행을 깨고 전체 항목을 합쳐서 9200엔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도요타 노조는 임금협상이 타결된 후에도 조합원들에게 올해 베이스업 인상분 등 항목별 인상률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도요타 노조의 변화는 기본임금 인상분을 중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전 직원의 급여을 일괄적으로 올리는데 주력하는 대신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도요타 노조의 변화는 일본 제조업계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일본 제조업계는 도요타의 베이스업을 기준으로 임금협상을 벌이기 때문이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3의 기관으로부터 객관적인 임금인상액 산정을 의뢰하는 등 도요타에 의존하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혼다와 미쓰비시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아예 베이스업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두 자동차 회사 노조가 기본임금 인상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8년 만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고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감산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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